본문 바로가기

정가네동산 일기746

크로커스가 피면 봄이지요. * 봄의 전령사인 크로커스가 이상하게도 올해는 조금 늦게 피었습니다. 녀석들은 일찍 피면 2월말이면 피니까요. 5일, 처음으로 한 송이가 피더니 낮기온이 10도 넘게 올라간 오늘은 여러 녀석이 한꺼번에 활짝 피었습니다. 날씨가 흐리면 꽃잎을 오므리고 해가 나야 꽃잎을 활짝 여는 녀석입니다. 봄에 피는 녀석을 크로커스, 가을에 꽃이 피는 것을 ‘샤프란’이라 하지요.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다르답니다. 크로커스(Crocus)는 추위에 강한 ‘붓꽃과’의 알뿌리식물로 땅바닥에 딱 붙어서 작은 꽃이 피는데 꽃이 지고 나면 잎이 20cm 정도까지 자랍니다. 우리집 연못은 비가 많이 와야 연못에 물이 흘러 들어오는 구조인데 올해는 거짓말같이 여름이 아닌 이 봄에 계속 물이 흘러 들어옵니다. 정말 엄청난 봄비가 .. 2024. 3. 10.
빨라지는 봄 * 올 겨울은 큰 추위가 없이 지나가는가 봅니다. 아직 남은 추위를 알 수 없지만 추위로 잎이 말라서 잘라내던 치자나무 가지를 올해는 자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봄이 조금씩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정말 지구가 점점 더워지나 봅니다. 우리집의 봄은 두어 포기 있는 설강화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설강화(雪降花.snowdrop)가 열흘 전쯤 피기 시작해서 이젠 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부엌 뒤의 산비탈에 심어 놓은 영춘화가 1주일 전부터 피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보면 개나리같이 생겼지만 개나리보다 더 일찍 피어서 영춘화(迎春花)입니다. 영춘화는 개나리보다 꽃자루가 더 길고 꽃잎도 개나리와 달리 5~6개로 갈라집니다. 어제는 연못 청소를 했습니다. 연잎과 연줄기가 물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걷어내.. 2024. 2. 28.
솔빛이 더 푸르러 보입니다. * 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꽃나무에 거름 하나 내지 않고 아직 나뭇가지 전지도 안 했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푹 쉬었더니 몸무게만 잔뜩 늘었습니다.^^ 설 지나고 나면 매실나무 전지부터 해야지요. 아직도 겨울 추위가 한창이지만 입춘(立春) 지나고 나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이때쯤이면 저는 위당 정인보 선생의 시 이 생각나곤 합니다. --- 그럴싸 그러한지 솔빛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나는 듯 숨은 소리 못 듣는다 없을손가 돋으려 터지려고 곳곳마다 움직이리 나비야 하마 알련만 날개 어이 더딘고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올 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말고 헤쳐본들 어떠리 --- 봄이 머잖.. 2024. 2. 9.
有若無 實若虛 (유약무 실약허) * 올해도 어김없이 친구가 신년휘호를 보내왔네요. 올해의 휘호는 ‘有若無 實若虛’입니다. 논어 ‘태백편(泰伯篇)’에 나오는 내용으로 ‘재능이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늘 신중하고 겸손하게’ 행동했던 벗 안회의 덕을 회상하며 증자가 한 말이라 합니다. 曾子曰(증자왈) 以能問於不能(이능문어불능) 以多問於寡(이다문어과) 有若無(유약무) 實若虛(실약허) 犯而不校(범이불교) 昔者(석자) 吾友嘗從事於斯矣(오우상종사어사의). ‘증자(曾子)가 말했다. 유능하면서도 능하지 못한 자에게 묻고, 학식이 많으면서도 적은 자에게 물으며, 있어도 없는 것처럼 하고, 가득 찼으면서도 텅 빈 것처럼 하며, 남이 자기에게 잘못을 범해도 따지지 않는 것을, 옛날에 나의 벗이 일찍이 이 일에 전념했다.‘ 거실 문짝에 붙여 놓고 오가며 한.. 2024.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