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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땅을 팠습니다.
앞마당 잔디밭은 쓸데없이 너무 넓고(100평 남짓)
꽃밭은 좁으니 꽃밭을 넓혀 꽃을 더 심어야 한다며
아내가 채근을 하는 바람에
- 자기는 꽃 한 포기 안 심으며 -
꽃밭에 침입하는 잔디를 막기 위한 에지도 두를 겸
17년 된 잔디밭에 손을 대기로 했습니다.
오래 된 잔디마당이라 삽도 잘 들어가지 않는데
일단 삽자루 하나 정도의 크기로 잔디 일부를 떼어서
잔디가 없는 빈 마당에 옮겨 심었습니다.
뗏장의 흙을 떼어내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관리기를 꽃밭에 바짝 붙여 잔디를 갈아엎었습니다.
잘려나간 잔디를 골라내고 벽돌을 들어내는 것도 큰일이었습니다.
잔디는 조금만 남아 있어도 다시 살아나거든요.
70센티 정도의 너비로 30미터 정도를 넓혔습니다.
이것도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그 다음날엔 꽃밭과 잔디밭 경계에
에지를 두르고 벽돌을 한 장씩 세워 눕혔습니다.
비로소 6평 정도의 꽃밭이 더 생겼습니다.
잔디를 뜯어내 깊어진 땅엔 흙을 더 채워 넣고
가축분퇴비와 오래 묵은 거름도 넣었습니다.
일단 저곳엔
내년 봄에 소국을 구해서 심을 작정입니다.
가을에 국화가 없으니 마당이 좀 허전해 보였습니다.
사흘 동안 땅을 만지는 생고생 끝에
허리엔 파스가 두 장이나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