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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장모님을 멀리 보내드렸습니다.

by 정가네요 2020. 10. 1.

*

장모님을 장인어른 곁에 편히 모시고 왔습니다.

코로나시국인데다 명절까지 바로 코앞에 둔 시기라

손님도 별로 없이 아주 조용하게 장례를 마쳤습니다.

오시려고 하는 분들도 오시지 말라고 극구 말렸습니다.

불과 한 시간여 만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나오는 장모님의 육신을 보니

우리네 인생 욕심내고 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장모님께서는 청상의 나이 서른아홉에 혼자 되시어

저의 아내와 처남 둘을 힘들게 키우셨습니다.

가난한 선생에게 시집보낸 딸을 자나깨나 걱정하셨지요.

(그래도 저는 나름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평생 일확천금만을 바라고 살던 두 처남들이었습니다.

착실하게 한 계단씩 밟아가는 인생과는 거리가 멀어 둘 모두

나이 60이 다 되도록 아직 신용불량자로서 파산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요.

 

다행히 작은 처남이 느지막이 조금 철이 들어 요양병원에 계신 장모님께 정성을 다하더군요.

덕분에 장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던 아내가 크게 부담을 덜었지요.

그렇지만 가까이서 모시지 못한 탓으로 늘 괴로워했습니다.

3년 동안이나 요양병원 신세를 지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어찌했던 장모님을 보내드림으로써 저와 아내는 이제 양가의 어른들을 모두 잃었습니다.

다음엔 우리 차례겠지요.

그러니 마지막 그날까지 또 열심히 살아야지요.

 

며칠 전에 우리집에 왔던 왕은점표범나비 암컷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

왕은점표범나비는 표범나비 가운데서 제일 큰 나비로 뒷날개에 은점이 있고

암컷은 앞날개 양끝에 흰점이 있습니다.

한 생을 마칠 때가 된 듯 뒷날개 끝이 모두 닳아 너덜너덜해져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 장모님의 마지막 모습을 뵌 듯했습니다.

 

장모님 인생은 가시밭길의 한평생이었지만

마지막 가시는 모습은 그래도 온통 꽃으로 둘러싸여 계시더군요.

장모님의 영혼이 늘 평안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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