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가던 손녀가
예정대로 시골학교로 전학을 했습니다.
벌써 1주일이 지났네요.
태풍 하이선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늦춰 갔더니
같은 학년인 1학년생들이 너 나 없이 운동장까지 나와 반겨주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학생이 온다는 말을 미리 들었던가 봅니다.
할미, 할배와 함께 교장실에 가서 인사를 하고
담임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첫날 수업을 마치고 나온 손녀에게
"오늘 어땠어?" 하고 물으니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하고 대답을 합니다.
'이렇게 재밌는 학교에 왜 진작 보내주지 않았느냐'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도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을 거라고 했지요.
그래도 너는 할아버지가 시골에 살아서 지금이라도 이렇게 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우유를 싫어해서 치즈 같은 유제품도 전혀 먹지 않던 녀석이
처음으로 우유 한 통을 다 먹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첫날 그림일기도 그 내용으로 썼습니다.
체육 선생님께서 너무 다정하게 대해 주셔서
체육 수업이 제일 재미있다고 하네요.
정규수업을 마치고는 방과후학교를 하는데 과목이 장난이 아닙니다.
골프, 드럼, 합창, 로봇, 배드민턴, 미술, 영어, 컴퓨터 등...
시골학교라 모든 수업의 수업료도 면제입니다.
전학을 왔다고 우산도 주시고 개량한복까지 공짜로 줬습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개량한복을 입고 가는 날.
손녀는 개량한복을 입고 룰루랄라 신이 나서 학교로 갔습니다.
집에 와서는 할미에게 오르간도 배우고
할아비와 컴퓨터 자판 타자연습 경쟁도 합니다.
오기가 있어 할아비에게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두들깁니다.
시골에 온 지 열흘이 지났는데
엄마, 아빠를 보고싶다는 말을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자동차로 등하교시키는 게 좀 귀찮긴 하지만
시골로 전학시키길 참 잘한 것 같습니다.
'정가네동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녀의 상상 책읽기 (0) | 2020.10.03 |
---|---|
장모님을 멀리 보내드렸습니다. (0) | 2020.10.01 |
손녀의 동물농장 (0) | 2020.09.03 |
코로나 학교 (0) | 2020.09.01 |
여름 설거지 (0) | 2020.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