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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앞마당 잔디밭 끝에 좁고 길다란 화단을 만들면서
경계 부분에 참나무와 낙엽송을 잘라 세우고
그 앞에 벽돌 두 장씩을 깔아 경계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니 나무는 모두 썩어버리고
꽃밭 경계석 사이 사이로 잔디가 뚫고 들어가
꽃밭이 복잡해졌습니다.
어제, 생각 끝에 썩은 경계목들을 모두 없애고
누웠던 벽돌을 모두 빼내어 새로 경계를 만들면서
비닐을 깔고 그 위에 벽돌을 옆으로 세웠습니다.
꽃밭이 15cm 정도 더 넓어지면서 흙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흙과 돌을 만지는 일이라 무척 피곤했습니다.
꽃을 가꾸는 것도 농사짓는 것만큼이나 힘이 드네요.
엊그제가 마침 전태일 열사 분신 50주기가 되던 날이어서
텔레비전에는 전태일 뉴스가 나왔습니다.
살아 있다면 나보다 나이가 더 많네요.
그런데 뉴스를 듣던 손녀가
“할아버지 전태일이 누구예요?”하고 물었습니다.
“응, 사람이 하루 종일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그런데 옛날엔 종일 일을 시키면서 돈을 아주 적게 주었어.
그래서 22살 청년이었던 전태일이
하루에 8시간만 일을 하고 사람답게 살도록 해 달라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면서
자기 몸에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했어.
그래서 그 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반성을 했지.
또 8시간 이상 일을 시킬 때는 돈을 더 많이 주도록 했어.
그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근로기준법이야.“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손녀가
자기 지갑을 열더니 1,000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나한테 주었습니다.
“오늘 할아버지는 8시간 이상 일을 했잖아요.”
“야, 오늘 손녀에게 시간외 수당까지 받았네. 최고다.”
우리 손녀 정말 많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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