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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무소유 이야기

by 정가네요 2010. 3. 31.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를 보았는데

법정 스님에게 신문배달을 했던 소년이 49세가 되어

스님의 머리맡에 남아 있던 책을 전달받는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지난 3월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은

산문집 '무소유'에 실린 글 '미리 쓰는 유서'에서

"평생에 즐겨 읽던 책이 내 머리맡에 몇 권 남는다면,

아침저녁으로 '신문이요!'하고 나를 찾아주던 그 꼬마에게 주고 싶다"라고 썼습니다.

 

또 올해 2월 작성한 유언장에도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고

머리맡에 남아 있는 책을 나에게 신문을 배달한 사람에게 전하여 주라고 했다 합니다.

 

법정 스님에게 신문 배달을 했던 강씨는

스님이 봉은사에 계실 당시(1970-1973년),

어머니와 함께 절에 살면서 신문을 스님의 처소인 다래헌까지 전해 드렸는데

신문을 전하고, 가끔 스님의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기도 했으며,

스님은 강씨에게 크레파스를 사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뉴스는 26일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1993년에 발행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중고책이 110만 원에 낙찰됐다는 겁니다.

발행 당시 가격인 1500원의 700배나 되는 액수입니다.

 

옥션에는 법정 스님 입적 이후

'무소유' 중고책이 하루 평균 10건씩 올라오고 있는데

나온 지 오래된 책은 10만원 이상에 낙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 참...

그래서 나도 집에 돌아와

내가 갖고 있는 법정 스님의 책들을 살펴 보았더니

범우사 간행의 무소유가 3권이나 있었는데 그 중 아주 오래 된 게 한 권 있었습니다.

 

무심히 책을 보다가 조금 놀랐습니다.

그 책은 1976년의 초판을 `1979'년 10월에 중판 발행한 것으로 가격은 500원이었고

옥션에서 110만 원에 거래된 것보다 훨씬 오래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책의 뒤에

**야! 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복된 앞날이 되길 기도하마.

1980. 7. 11. 춘천에서윤영이라는 글이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사병으로 춘천에 근무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결혼한 친구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샀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군대에 있어 외출이 자유롭지 못해 제때에 미처 전하지 못하고 그냥 가지고 있다가

제대할 때 다른 책들과 함께 가지고 나온 것이었나 봅니다.

 

많이 늦었지만 이 책은 그의 것이니

지금이라도 그 친구에게 전해 주어야겠습니다.

지금 서울의 모 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는 친구가

이 책을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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