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볕이 좋아 어딘가 가고 싶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아 이래저래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이 옆지기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갔습니다.
사실은 가까이 계신 어른 댁에 하도 오래 가지 않아 모처럼 댁에 갔다가
내외분 모시고 식사라도 하고 싶어 전화를 드리니 오늘 따라 대구에 가시는 길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이왕 나선 길,
강변공원에 나가서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냇가의 벤치에 앉아 초가을 냇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한번도 가 보지 않은 건너편 방천길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늘 이쪽에서만 바라보다가 건너편에 가서 보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더군요.
해 질 녘, 달뿌리풀과 억새가 우거진 강변에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들며 뜻밖에 멋진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오지 않은 게 무척 후회스러웠습니다.
살면서 가끔은 늘 보던 것과 달리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 고깃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3인분 하면 되겠습니까?" 하더군요.
"아니, 2사람인데 2인분만 주시면 되지 왜 3인분입니까?" 하니
"보통 3인분은 해야 하잖아요?" 했습니다.
"가격을 올려 받더라도 2사람이 왔으면 2인분을 줘야지 왜 3인분을 시켜요?" 했더니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이 "2인분만 시켜도 괜찮아요." 했습니다.
손님이 일단 먹어 보고 모자란 듯하면 알아서 더 시킬 텐데
대뜸 3인분을 시켜 먹으라고 하니 공연히 기분이 언잖았습니다.
옆지기는 괜히 혼자 기분 나빠 한다고 나를 타박 주었습니다.
2인분을 시킨 때문인지 불조절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친절하게 가위로 잘라주지도 않았습니다.
한꺼번에 다 익어버려 불을 끄고서 식은 고기를 먹고 나오니 정말 찜찜했습니다.
집에 오면서도 옆지기는 나한테 쓸데없는 참견을 했다면서 핀잔을 주었습니다.
"나처럼 느끼는 사람이 몇 사람만 같은 얘기를 하면 그 아줌마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옆지기조차 나를 별난 사람 취급을 했습니다.
에이, 참... 잘못된 건 고쳐야죠.
정말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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