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옆지기가 갑자기 밥을 하기 싫다고 하니
아들 녀석이 자기가 집에 와 있는 한 달 동안 외식 한번 안 하더라며 나가자고 한다.
그래서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면서 어디로 갈까 얘기를 했지만
당뇨 증세가 있다는 옆지기 때문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은 조금 큰 중국요리 전문점에 가기로 결정.
8시가 넘은 시각이라 손님 두어 명이 있다가 우리 음식이 들어올 때쯤은 모두 다 가버렸다.
3인 코스 요리를 시키니 양장피와 깐풍기, 그리고 쟁반짜장이 나왔다.
모처럼 3식구가 외식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양장피는 딱 술 안주감이라 소주 한 병을 시켜 혼자서 마셨다.
그런데 눈을 들어 맞은 편 홀을 바라보니 한 아가씨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좀 눈에 거슬렸지만 멀찌기 떨어진 곳이라 모른 척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속은 편치 않았다.
잠시 후, 그 아가씨가 이번엔 우리가 앉아 있는 홀에 들어오더니
또 의자를 치워가며 밀걸레로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가씨, 아무리 바쁘더라도 손님이 아직 음식을 먹고 있는데 청소를 해서 되겠어요.
먹다가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너무 심하지 않아요?"
시각을 보니 아직 9시 15분밖에 안 되었다.
영업시간은 10시까지다.
주인이 바로 미안하다고 하긴 했지만 서비스정신이 엉망이다.
맛있게 먹은 음식 맛을 다 망치고 말았다.
외식을 하는 사람은 집이 아닌 편안한 장소에서 기분 좋게 음식을 먹으려고 간 것인데...
나오면서 한 마디 더 했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나빠 손님이 다시는 안 오잖아요. 손님 다 빼앗겨요."
하긴 9시 30분인데 벌써 손님이 끊겼다.
아들 녀석은 두 번 얘기했다고 핀잔을 준다.
그렇지만 난 이런 걸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누군가는 얘기해 줘야 그게 잘못된 행동인 줄 알 것 아닌가?
난 내가 가는 음식점마다 쌀은 최고로 좋은 것을 쓰라고 얘기해 준다.
조금 비용이 더 들더라도 좋은 쌀을 써서
밥 하나만 맛있으면 다른 음식들은 모두 맛있게 느껴지니까.
언젠가 아주 맛있게 소고기를 먹고 난 후,
일행 중 한 사람이 공기밥 한 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그 공기밥이 지은 지 오래 되어 군내조차 나는 것이었다.
맛있게 먹은 고기 맛이 그 자리에서 다 날아가고 말았다.
나는 음식장사를 하면 잘 할 자신이 있다.
깨끗하고 친절하게... 그 두 가지면 다 되는 것 아닌가?
손님들은 서비스(대접)받고 싶어 온 것인데...
물론 음식 맛이야 기본으로 맛있어야 할 테고.
딱 2년만 하자고 하면 옆지기가 그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손님은 돈 내주며 다 쫓아낼 사람이 무슨 장사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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