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전교조 교사운동을 하던 제가
우연히 '여보 나좀 도와줘' 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그에게 인간적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록 노사모 회원은 아니었지만
노무현이라는 개인의 삶이 무척 흥미로웠거든요.
제가 보기에 그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대통령이 되더군요.
엄청나게 기뻤습니다.
소탈한 모습의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는 술을 무척 많이 마셨습니다.
그리고도 집에 들어가면서 소주 두 병을 사서 들고 갔습니다.
그 참...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딸년이 사윗감을 데리고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저는 술상 앞에서 사윗감의 인사만 받고는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이튿날 들으니 이름과 본관을 열 번 정도 물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녀석은 지난 해 나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인간적 모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했습니다.
물론 아무 상관관계가 없지요.
그냥 생각이 났을 뿐입니다.
할 얘기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우리집 개 가을이 녀석이 무척 아파 보였습니다.
늘 게걸스럽게 밥을 먹던 녀석이 아침밥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서
내가 가까이 가면 미친 듯 반가워 껑충껑충 달려들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겨우 몇 발자국 떼어 놓다가 힘이 하나도 없이 제 집으로 들어가더군요.
눈치 없는 봄이 녀석이 추파를 던지고 장난을 쳐도 본척만척했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랬는데 노 전 대톨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가을이가 저녁엔 밥을 조금 먹었습니다.
물론 노 전대통령의 죽음과 아무 상관관계가 없겠지요.
저녁 뉴스를 들으면서 백세주 한 병을 비웠습니다.
한숨만 수없이 쉬었습니다.
정말 슬픕니다.
삼가 노 전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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