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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바람재, 그를 만나고 왔습니다.

by 정가네요 2009. 7. 5.

 

그가 가던 날,

 

그를 배웅하지 못해 무척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엊그제 편히 누워 있는 그를 1년 만에 만나고 오니 이제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를 만나러 가던 날, 학교에서

 

김선굉 시인이 그를 추모하며 쓴 시를 컴퓨터로 옮겨 쓰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서

 

옆자리의 동료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먹었습니다.

 

바람재 김양헌, 그래도 그가 그립습니다.

 

 

 

슬하 - 김양헌에게  / 김선굉

 

오늘 이곳은 비 오고 천둥소리 요란하다.

비에 젖는다는 것.

번개가 실어나르는 천둥소리

우르르 우르르 가슴에 사무친다는 것.

오늘은 너 참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리 묻은 모발을 바람에 날리며 비에 젖고 있으리.

너는 이제 그곳 어버이의 슬하에서

어버이와 함께 비에 젖으며,

불상유통不相流通의 담이 허물어지는 것 보고 있으리.

그대 그 슬하가 많이 그리웠던가.

먼 길을 돌아 느리게 당도해도 될 길을,

아프고 가파른 지름길을 찾아

맨발로 피 흘리며 아프게 걸어간 것인가.

나는 응시凝視였던가.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도,

네 몸이 그토록 뚜렷이 써내려간 상형문자를

단 한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 했다니.

그대 오늘 내게 강한 비와 우레로 와서,

긴 턱수염과 깊은 눈빛으로

달빛 아래 몽돌 구르는 소리로

내 지독한 근시近視를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네가 들여다본 생의 심연이

얼마나 깊고 어두웠는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대 간이 아팠던가.

간만 아팠던가.

그러면 이제 그 아픔은 간에게 주고,

복사꽃 흐드러진 어버이의 슬하에서,

그대가 써내려간 몸의 문장文章을 어루만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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