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경북 상주의 화북면에 있는 산골짝펜션에 다녀왔습니다.
옆지기와 함께 드라이브 삼아 저녁에 갔다가 새벽 1시에 돌아왔습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경북 의성에 있는 다인종합고등학교로 발령이 났습니다.
31년 전, 1978년 3월 2일.
물론 총각이었지요.
중,고 병설학교였는데 곧 군에 입대할 사람이라고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기더군요.
딱 두 달 열흘 동안 담임을 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하여 아직 교복도 입지 않은 코흘리개 여학생들과
대학을 갓 졸업하여 발령을 받은 초짜 국어 선생님과...
정이 무척 많이 들었지요.
겨우 두 달이었는데 무슨 정이 드냐구요?
65명이나 되는 녀석들 집을 한 집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찾아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담임 선생님이 한번도 찾지 않아 정말로 올 줄은 몰랐다는 산꼭대기의 양미순이 집까지...
식목일엔 효천지라는 커다란 저수지 옆으로 나무를 심으러 가고
무릉이라 부르는 낙동강 가의 모래사장으로 소풍을 가고...
입대한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아이들이 하루 종일 책상에 엎드려 일어나지를 않았어요.
중학교 1, 3학년. 고등학교 1, 2학년을 가르쳤는데
운동장을 걸어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전교생이 교실 창문을 열고 잘 가라고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저도 눈물이 나오더군요.
나중에 들었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몇 날 며칠 동안 울고서 수업을 안 하려고 했대요.
뒤에 담임을 맡은 교사는 애를 먹었고요.
그 녀석들이 벌써 마흔다섯 아줌마들이 되었습니다.
우리집에 두어 번 놀러도 왔더랬어요.
어제 산골짝펜션으로 가족 휴가를 왔는데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그래서 가서 잠깐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물론 인상 좋은 주인댁 산골짝님 부부도 만나고 왔지요.
정이 참 무섭지요?
아, 우리 딸아이 이름이 '다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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