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지수란 아이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랑방 5224번)
폭행사건에 관련되어
다른 학교로 전학갈 것을 요구받았던 그 녀석.
학교에서는 도저히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하던 그 녀석.
졸업식날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울어서 내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던 그 녀석.
저와 같은 고등학교로 전근가면 안 되겠냐고 묻던 그 녀석.
그 녀석, 지수가 친구와 함께
선산에서 김천까지 버스를 타고 나를 만나러 왔습니다.
퇴근 시간을 기다려 작은 행운목 화분 하나를 들고서
"선생님" 하고 씩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학교가 개교기념일이라 오늘 하루 쉬기 때문에 올 수 있었답니다.
지각을 밥먹듯이 하던 녀석이
3월 한달 동안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랑하더군요.
우리집에 잠깐 들러 집구경을 시키고서
저녁을 먹으며 잠시 얘기를 나눈 후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곧 핸드폰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버스가 바로 와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인데
저녁 맛있었다며 스승의 날에는 편지만 한 통 쓰겠다고 하네요.
'이제 아버지에게 더 좋은 딸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노력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노력해 보겠다는 말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리 동네 입구에 들어서니 바람에 자두나무 꽃향기가 가득 실려 있었습니다.
우리집에도 달짝한 자두나무 꽃향이 가득했습니다.
참 기분 좋은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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