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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191

윤필암과 묘적암 * 경북 문경의 산북면에 가면 ‘윤필암’이란 암자가 있습니다. 김천 직지사의 말사인 대승사에 딸린 암자입니다. ‘윤필암’이란 이름은 신라 의상대사의 동생인 윤필거사가 기도하던 암자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현재 비구니 스님들이 거처하고 있는 곳으로 사시사철 야생화들이 반기는 예쁜 암자입니다. 윤필암은 양산 통도사의 금강계단처럼 법당에 부처를 따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법당인 사불전(四佛殿)의 전면유리창을 통해 사불산(공덕산) 정상의 ‘사불암(四佛巖)’을 바라보고 참배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사불암은 높이 3미터, 폭 1미터의 사방불로 하늘에서 내려 온 불상이라 전하는데 오랜 세월 비바람에 마모되어 지금은 불상의 흔적만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20년 전쯤 한 번 올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다.. 2020. 9. 10.
민불(民佛)과 석장승 * 문경 산북의 김룡사에 가면 절 뒤쪽에 석불입상이 하나 있습니다. 돌기둥 모양의 석불인데 아주 투박하게 수인(手印)과 옷주름 등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전하는 말로는 김룡사의 풍수적 약점을 비보(裨補)하려는 목적으로 세웠다고 합니다. 크게 매력적인 건 아니지만 묘한 끌림이 있어 갈 때마다 꼭 한 번씩 보고 옵니다. 또 상주에 가면 곶감 마을인 남장골에 불교와 민속신앙이 잘 접목된 석장승 하나가 서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남장사 입구에 서 있습니다. 1832년에 제작되었다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자연 그대로의 화강석에 미륵 형태의 얼굴을 조각하여 놓았습니다. 메주 같은 얼굴에 세모난 민대머리, 눈썹과 눈동자도 없이 좌우로 툭 튀어나온 왕눈, 비뚤어진 세모난 주먹코를 조각하였습니다. 또 꼭 다문 한일자 .. 2020. 9. 4.
반야사 배롱나무 * 40년 전, 아내와 데이트를 할 때 가끔 찾아가던 곳이 황간 반야사였습니다. 한여름이면 자그마한 대웅전 앞에는 굵은 배롱나무에 붉은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나이가 무려 500년이나 되었다고 하더군요. 김천에서 반야사까지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내려 또 한참 걸어야 하는 그 길을 왜 그리 좋아했던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세월이 흘러 지금도 자가용을 타고 해마다 한 번씩 찾아가곤 하는데 옛날의 그 재미, 그 운치는 없습니다. 절은 커져서 대웅전을 따로 더 크게 짓고 부속 건물들도 많이 들어섰습니다. 반면에 그 화려했던 배롱나무는 몇 년 전부터 가지가 말라가고 점차 세력을 잃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배롱나무는 여름 내내 백일 동안 끊임없이 꽃이 피기 때문에 .. 2020. 8. 18.
제자들과의 데이트 * 여고에 근무할 때 가르쳤던 녀석들과 15년 만에 다시 만나 하루 데이트를 했습니다. 만나자마자 김천 지례의 맛집 부자가든에 가서 흑돼지삼겹살을 먹었습니다. 맛있다고, 맛있다고... 내가 사려고 했는데 녀석들도 돈 번다고 굳이 내겠다고 해서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날씨도 제자들과의 만남을 축복하듯 뭉게구름까지 보여주더군요. 장마로 물이 가득한 부항댐을 한 바퀴 돌고 편의점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결혼과 인생에 대해 얘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김천의 명소 청암사에 갔습니다. 폭염의 날씨였는데도 청암사 계곡은 땀이 식을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한 녀석은 멕시코에서 대기업 근무를 하고 또 한 녀석은 용인에서 초등교사를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깨끗한 자연을 제대로 맛본다며 연신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 2020.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