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산 - '수선화과'
'석산(石蒜)'은
남부지방의 절 근처나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꽃무릇'이라고도 합니다.
땅 속의 비늘줄기는 넓은 타원형이고 겉껍질이 검습니다.
9월 중순이면 전남의 함평 용천사나, 영광의 불갑사, 전북 고창의 선운사 주변
수십만 평의 숲에는 석산이 무더기로 꽃을 피워 숲을 온통 붉게 물들입니다.
상사화처럼 꽃이 필 때는 잎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흔히 상사화라고도 하나
상사화는 석산보다 더 이른 한여름에 옅은 분홍색으로 피는 엄연히 다른 꽃입니다.
석산은 가을에 꽃이 진 다음 잎이 돋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말라 죽는데
길이 40cm정도의 잎은 끝이 뭉툭하고 가운데 잎맥을 따라 골이 집니다.
그리고 초가을이면 50cm 정도의 높이로 꽃줄기가 쑥 올라와
그 끝에 우산모양꽃차례로 진홍색의 꽃을 황홀하게 피웁니다.
전체가 하나의 꽃으로 보이지만
꽃잎 조각은 6개로 뒤로 말리며,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주름이 집니다.
6개의 수술은 꽃 밖으로 길게 나오며, 열매는 맺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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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이나 상사화를 절에서 많이 키우는 이유는
이 꽃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현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의 세계에 드는 것 같아
피안화(彼岸花)로 불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는 옛날부터 절에서 불경 같은 책을 만들거나 탱화를 표구할 때
이들의 땅속 비늘줄기에서 얻은 녹말풀로 배접을 하면
비늘줄기 속에 든 리코린(Lycorine) 성분의 독성과 살균력으로 좀이 슬지 않기 때문에
책이나 탱화를 수천 년 동안 쉽게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