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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사진

불회사 석장승을 찾아...

by 정가네요 2024. 10. 22.

 

20여 년 전,

나주 불회사에서 멋진 석장승을 만났더랬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인들과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남녀 한 쌍의 석장승들은 여전했습니다.

 

왕방울눈을 한 남장승 상원당장군(上元唐將軍)은

턱수염을 길게 땋아 늘어뜨렸고

여장승인 주장군(周將軍)은

세로로 눈썹을 몇 개 그려 놓았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석장승은 부정을 금하고 잡귀가 절집에 출입하는 것을 막는

수문장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석장승도 석장승이지만

예전에 느끼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불회사가 자리잡고 있는 터였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너무 포근하게 보였습니다.

절집들이 대부분 명당자리에 앉아 있지만

불회사 터는 그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웅전 뒤로는 동백나무와 비자나무가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산세가 정말 부드럽고 예뻤습니다.

동백꽃이 활짝 필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날씨까지 한몫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회사 석장승을 본 뒤에는

가까이 있는 운흥사 석장승을 만나러 갔습니다.

오래된 절집인 운흥사는 새로 불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너무나 쇠락한 모습이었습니다.

운흥사는 초의선사가 출가한 곳이라 합니다.

 

절집과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운흥사 석장승들도

예전과 변함이 없어 반가웠습니다.

수염이 난 남장승은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이빨을 드러낸 여장승은 가만히 웃고 있었습니다.

이 장승들은 조선 숙종 시대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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