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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나주 불회사에서 멋진 석장승을 만났더랬습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지인들과 다시 찾아가 봤습니다.
마주보고 있는 남녀 한 쌍의 석장승들은 여전했습니다.
왕방울눈을 한 남장승 상원당장군(上元唐將軍)은
턱수염을 길게 땋아 늘어뜨렸고
여장승인 주장군(周將軍)은
세로로 눈썹을 몇 개 그려 놓았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석장승은 부정을 금하고 잡귀가 절집에 출입하는 것을 막는
수문장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석장승도 석장승이지만
예전에 느끼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불회사가 자리잡고 있는 터였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너무 포근하게 보였습니다.
절집들이 대부분 명당자리에 앉아 있지만
불회사 터는 그 중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웅전 뒤로는 동백나무와 비자나무가
이중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산세가 정말 부드럽고 예뻤습니다.
동백꽃이 활짝 필 때 다시 한번 찾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날씨까지 한몫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회사 석장승을 본 뒤에는
가까이 있는 운흥사 석장승을 만나러 갔습니다.
오래된 절집인 운흥사는 새로 불사를 시작하긴 했지만
너무나 쇠락한 모습이었습니다.
운흥사는 초의선사가 출가한 곳이라 합니다.
절집과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는 운흥사 석장승들도
예전과 변함이 없어 반가웠습니다.
수염이 난 남장승은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이빨을 드러낸 여장승은 가만히 웃고 있었습니다.
이 장승들은 조선 숙종 시대에 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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