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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나리민불,
지금은 ‘대리석불입상’으로 불리고 있지요.
20년 전, 남쪽지방의 석장승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할 때
논길 가에 서 있던 그 민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찾은 대리석불입상 바로 앞에는
예전과 달리 널따란 주차장까지 마련되어 있더군요.
느티나무 사이에 서 있는 부처는 마치 선돌처럼 우뚝 서 있는데
뒤로 돌아가 보면 온화한 미소를 띈 부처의 모습입니다.
몸통에는 두 손에 연꽃 줄기를 든 모습이 음각되어 있지만
오랜 세월에 지금은 얼굴만 뚜렷하게 보입니다.
오랫동안 ‘민불(民佛)’로 불려 온 걸 보면
백성들은 이런 부처의 얼굴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신라의 미소’로 불리는 경주박물관의
얼굴무늬수막새(人面文圓瓦當)는 모르는 이가 없지만
화순 대리석불입상의 미소는 아는 이가 적은 듯합니다.
대리석불입상의 얼굴은 경주의 수막새 얼굴보다
훨씬 더 인자하고 원만한 미소를 띄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 지역의 행정 명칭이 대리여서
대리석불입상으로 불리지만 예전에는 ‘벽나리’여서
‘벽나리민불’로 불렸던 석불입상.
함께 간 일행들도 둥그런 얼굴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고
마음속으로 은근히 미소를 머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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