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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꽃씨를 거두며...

by 정가네요 2021. 9. 23.

가을이 점점 깊어갑니다.

며칠 전부터 개쑥부쟁이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쑥부쟁이를 시작으로 구절초, 산국과 같은

들국화들이 만개하면 완연한 가을이겠지요.

 

이 녀석들은 꽃을 준비하는 기간이 무척 길답니다.

봄부터 싹을 내어 긴긴 여름을 지나고

몇 달 동안이나 몸피를 조금씩 키운 뒤에

가을이 되어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녀석들은 다른 꽃들에 비해

개화기간이 조금 더 길기도 합니다.

 

어제는 멜람포디움 꽃씨를 받았습니다.

멜람포디움 씨앗을 거둘 때마다

녀석이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은 꽃잎이 마르면 바로 열매를 맺습니다.

사람들에게 꽃잎이 시드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서리가 내리면 하루아침에 팍 스러지고 말지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름답게 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열심히 잘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으로

우리 모두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뒤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한국인 순례자들이 제일 많았다던 때도 있었잖아요.

800km의 순례길을 두 달 가까이 고통스럽게 걸으면서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일부러 가졌던 거겠지요.

 

멜람포디움 씨앗을 거두면서,

매일매일 저녁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내게 주어진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잘 마쳐야 할지 한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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