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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해가 나서
동산을 한 바퀴 돌다 보니
계수나무 한가운데 뭔가 희끗희끗한 것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직박구리의 둥지인 듯했습니다.
직박구리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주 흔한 새입니다.
우리집의 온갖 열매들을 작살내는 아주 미운 녀석들이지요.
직박구리들은 여름이 오기 전에 포란을 마치고
새끼들을 길러 내 보내기 때문에
저 둥지는 아마 새끼들도 떠난 빈둥지일 겁니다.
큰 나뭇가지 사이에 작은 나뭇가지나 식물의 줄기,
사람들이 버린 줄이나 온갖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밥그릇 모양의 둥지를 짓는데
오늘 보는 저 집의 재료는 온통 비닐쪼가리들입니다.
우리집엔 저런 비닐이 없는데 어디서 주워 왔을까요?
어제는 우연히 EBS에서 재방송하는
다큐프라임 '너에게 정원을 바친다'를 봤습니다.
파푸아뉴기니에 사는 바우어새들은
암컷을 위해 사람도 감탄할 만한 집을 짓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정말 정성스럽게 집을 짓고는
빨강, 파랑 등 한 가지 색깔의 물건들로 장식을 합니다.
그런데 그 새집을 예쁘게 장식하는 물건들이
문명세상의 인간들이 버리는 쓰레기들이었습니다.
코카콜라 캔을 비롯한
온갖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들...
우리는 정말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와 풀잎만으로 지은
예쁜 새둥지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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