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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김용만

by 정가네요 2021. 7. 31.

*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김용만 시인의 시집을 받았다.

그 분의 첫 시집이다.

시집을 펼쳐 시 세 편을 읽자마자

많은 분들이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초가실 맑은 햇살 마당에 가득하다

저 햇살 몇 삽 담아

요양병원 어머니에게 가야겠다

병실 가득 눈부시게 깔아놓고

참깨 털고

고추 널고

호박 곱게 썰어 하얗게 널어야겠다

귀가 어두운 어머니와 바위에 앉아

해 지는 강물을 오래 바라봐야겠다

꼬들꼬들 호박꼬지 마르는 동안

- 〈호박꼬지 마르는 동안〉 / 김용만

 

*

밤 열차로 온다는

딸 마중 나가다

위봉산 만딩이에서

고라니를 쳤다

서행으로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아, 하는 사이

쿵, 하고 말았다

돌아보니 길가에

서 있다

다행이다

아마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휴, 큰일 날 뻔했네

했을 것이다

- 〈고라니〉 / 김용만

 

*

우리 집 두꺼비가 죽었다

아무리 느려도

도로 건널 때는

좀 서둘러라

신신당부했는데

아이구 속 터져

차에 치여 죽었다

오늘 인간인 내가

종일 미웠다

나는 아니라고들 하지 말라

- 〈두꺼비〉 / 김용만

 

나도 얼마 전에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우리 집 두꺼비를 베고 말았다

그날 하루 종일 죄인이 되었다

나는 김용만 시인을 모른다.

페북을 통해 가끔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 사이일 뿐이다.

시인의 시집 겉표지 속에

‘임실에서 태어나 완주에서 산다’고

딱 한 줄이 적혀 있다.

 

다음 시를 보면

김용만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을 짐작할 수 있다.

 

*

우리 마을엔

십자가도 없고

마트도 없고

치킨집도 없어요

그래도 달은 밝고

높은 산과 나무들은 많아요

밤마다

별은 하늘 가득 빛나요

눈도 많이 와요

그래요

사람들이라고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만나는 사람 없어

산 보고

메리 크리스마스, 했어요

- 〈메리 크리스마스〉 / 김용만

 

시를 두 편만 더 소개해 본다.

시인의 옛날과 지금을 엿볼 수 있다

김용만 시인, 참 좋은 시인이다.

 

*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버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저 대문 활짝 열고

찾아올 동무를 위해

일찍 등불 걸어야지

저 허청엔 닭장을 지어야지

첫닭이 울면 어둑어둑 비질을 하고

동네 한 바퀴 돌아야지

뚝뚝 떨어지는 능소화 꽃잎을

아침마다 주워야지

잉그락불 같은 채송화를 마당 가득 심어야지

불 끄면 마당 가득 쏟아지는

별들을 소쿠리에 담아야지

새들이 오래 놀다 가는

바람의 집을 지어야지

- 〈귀향〉 / 김용만

 

*

해가 뜨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아침 햇살 따라

봄기운이 왕창 밀고 들어온다

담 너머 앞집

산수유꽃이 벙글고

수선화 새싹이 눈에 띄게 솟았다

참새 몇 마리가

진달래 가지에 앉았다

떠난다

새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들러야 할 곳이 많은 것일까

참새가 흔들고 간

진달래 가지에

꽃이 곧 피리라

오늘은 뒤란 밭을

정리해야겠다

가만히 있으면

봄 햇살에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 〈아침 일기〉 / 김용만

 

시인에게 내가 좋아하는 동요 한 곡 드린다.

https://youtu.be/xVT3zdZI6-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