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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by 정가네요 2021. 1. 22.

*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9년 만에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게 했던 글.

산골짝 촌놈 친구의 글이 책으로 엮여져 나왔습니다.

충청도 괴산군 청천면의 두메산골에 살던

내 좋은 친구 #이종옥의 어린 시절 이야기.

1960년대 그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의 삶이 무슨 자랑거리가 될까마는

배고팠던 그때의 얘기들이 전혀 구차하게 보이지 않고

유머 가득한 속에서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착한 친구의 글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나는 이 친구의 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여 페친을 최대한으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초부터 60회에 걸쳐 친구의 일기를 소개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고 열렬히 응원해 주셨습니다.

 

제대로 된 멋진 책으로 내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글항아리의 #이은혜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일기의 주인공과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역 앞의 커피숍에서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며칠 뒤, 바로 출판의 승락이 떨어졌습니다.

삽화는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는

열정의 화가 #이재연 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척되어 예쁜 책이 나왔습니다.

 

공개적으로 부탁드립니다.

어른이 읽어도 좋고 아이가 읽어도 좋습니다.

많이 사서 읽어주세요.

그리고 공유해서 널리 홍보도 해주세요.^^*

아, 정말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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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글 하나 소개합니다.)

 

* 촌놈 일기 - 술지게미

 

산골 마을 겨울의 짧은 해가

서산을 넘으려 할 때쯤에야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집에 왔다.

마당을 들어서니 집안 가득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며칠 후 할머님 생신이라고 어머님이 술 조사꾼 몰래

윗방에 단지를 들여 놓고 담군 술인데

어제부터 술 냄새가 방안 가득하더니

오늘 부엌으로 내다 거르고 계신다.

 

책보를 풀어 마루에 던져놓고 부엌에 들어가니

커다란 양푼에 술지게미에 사카린을 타서

누나, 형, 동생들 둘러앉아서 퍼 먹고 있다.

나도 숟가락을 들고 대들어 퍼먹으니

달콤하고 씁쓰레한 것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배 고파 출출한 판에 배가 부르도록 온가족이 실컷 퍼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기에 멀건 죽보다는 훨씬 좋다.

모든 가족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곱기도 하다.

불룩 나온 배를 안고 일어서니 몸이 비틀 넘어질 것 같다.

방으로 들어오니 아버지도 술에 취해 주무시고 계신다.

하늘이 빙빙 돈다.

방바닥이 울렁울렁 움직인다.

그냥 쓰러졌다.

 

얼마를 정신없이 자다 보니 속이 울렁이며 토할 것 같다.

엉금엉금 기어 문지방을 간신히 넘어 마당에 나와 억 억 토해냈다.

아~ 돈다.

하늘이 돌고 땅이 돈다.

집이 돌고 커다란 살구나무가 돈다.

 

뱃속 가득한 모든 것을 토해 내고 다시 엉금엉금 기어 들어오니

한 방 가득 아버지, 엄마, 형, 동생 모두가 서로 엉켜 곯아떨어져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나도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몸을 마구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아직도 몽롱한 정신으로 방안을 둘러보니

아뿔사~ 동생들의 입 앞엔

술 냄새가 지독한 술지게미가 한 사발씩 쏟아져 있다.

잠들어 누운 채로 토한 것이다.

 

모두 깨워 간신히 일어나

아침밥도 못 먹고 그냥 책보를 등에 둘러 메고 학교를 갔다.

학교 가는 길이 아직도 빙빙 돌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첫 수업시간,

숙제검사를 한다.

술찌게미에 취해 숙제를 했을 리 없다.

안 해온 사람 자진해서 앞으로 나오라는 선생님의 호령에

비틀대는 몸으로 나가니

눈을 휘둥그레 뜨신 선생님이 이 녀석 왜 그래? 하시더니

술 냄새가 풍풍 풍기니 다짜고짜 이 자식 술 처먹었네?

하며 들고 있던 몽둥이로 내리친다.

 

대가리에 소똥도 안 떨어진 자식이 숙제도 안 해오고

아침부터 술 처먹었다며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사정없이 두들겨 패니 비틀거리는 내 몸은 쓰러지고 말았다.

왜 술을 먹었느냐는 다그침에

술지게미를 먹고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몹시도 미안해하신다.

 

점심시간.

선생님의 부르심에 숙직실로 불려가니

납작하고 이쁜 도시락을 펴서 내 앞에 내밀어 주시며 먹으라 하신다.

하얀 쌀밥에 계란 후라이 무장아찌가 들어 있는

맜 있는 도시락에 괜찮습니다 라고 한번 사양한 끝에

달려들어 허겁지겁 퍼 먹었다.

 

아~

이렇게 맛 좋은 도시락은 난생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