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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9년 만에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게 했던 글.
산골짝 촌놈 친구의 글이 책으로 엮여져 나왔습니다.
충청도 괴산군 청천면의 두메산골에 살던
내 좋은 친구 #이종옥의 어린 시절 이야기.
1960년대 그 어렵던 시절의 이야기.
찢어지게 가난했던 그 시절의 삶이 무슨 자랑거리가 될까마는
배고팠던 그때의 얘기들이 전혀 구차하게 보이지 않고
유머 가득한 속에서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착한 친구의 글이 드디어 책으로 나왔습니다.
『몽당연필은 아직 심심해』
나는 이 친구의 글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다시 시작하여 페친을 최대한으로 늘렸습니다.
그리고 2019년 초부터 60회에 걸쳐 친구의 일기를 소개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고 열렬히 응원해 주셨습니다.
제대로 된 멋진 책으로 내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글항아리의 #이은혜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일기의 주인공과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서울역 앞의 커피숍에서 편집장을 만났습니다.
며칠 뒤, 바로 출판의 승락이 떨어졌습니다.
삽화는 한국의 모지스 할머니를 꿈꾸는
열정의 화가 #이재연 님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진척되어 예쁜 책이 나왔습니다.
공개적으로 부탁드립니다.
어른이 읽어도 좋고 아이가 읽어도 좋습니다.
많이 사서 읽어주세요.
그리고 공유해서 널리 홍보도 해주세요.^^*
아, 정말 기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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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글 하나 소개합니다.)
* 촌놈 일기 - 술지게미
산골 마을 겨울의 짧은 해가
서산을 넘으려 할 때쯤에야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집에 왔다.
마당을 들어서니 집안 가득 술 냄새가 진동을 한다.
며칠 후 할머님 생신이라고 어머님이 술 조사꾼 몰래
윗방에 단지를 들여 놓고 담군 술인데
어제부터 술 냄새가 방안 가득하더니
오늘 부엌으로 내다 거르고 계신다.
책보를 풀어 마루에 던져놓고 부엌에 들어가니
커다란 양푼에 술지게미에 사카린을 타서
누나, 형, 동생들 둘러앉아서 퍼 먹고 있다.
나도 숟가락을 들고 대들어 퍼먹으니
달콤하고 씁쓰레한 것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배 고파 출출한 판에 배가 부르도록 온가족이 실컷 퍼 먹었다.
처음 먹어 보는 음식이기에 멀건 죽보다는 훨씬 좋다.
모든 가족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곱기도 하다.
불룩 나온 배를 안고 일어서니 몸이 비틀 넘어질 것 같다.
방으로 들어오니 아버지도 술에 취해 주무시고 계신다.
하늘이 빙빙 돈다.
방바닥이 울렁울렁 움직인다.
그냥 쓰러졌다.
얼마를 정신없이 자다 보니 속이 울렁이며 토할 것 같다.
엉금엉금 기어 문지방을 간신히 넘어 마당에 나와 억 억 토해냈다.
아~ 돈다.
하늘이 돌고 땅이 돈다.
집이 돌고 커다란 살구나무가 돈다.
뱃속 가득한 모든 것을 토해 내고 다시 엉금엉금 기어 들어오니
한 방 가득 아버지, 엄마, 형, 동생 모두가 서로 엉켜 곯아떨어져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나도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몸을 마구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아직도 몽롱한 정신으로 방안을 둘러보니
아뿔사~ 동생들의 입 앞엔
술 냄새가 지독한 술지게미가 한 사발씩 쏟아져 있다.
잠들어 누운 채로 토한 것이다.
모두 깨워 간신히 일어나
아침밥도 못 먹고 그냥 책보를 등에 둘러 메고 학교를 갔다.
학교 가는 길이 아직도 빙빙 돌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첫 수업시간,
숙제검사를 한다.
술찌게미에 취해 숙제를 했을 리 없다.
안 해온 사람 자진해서 앞으로 나오라는 선생님의 호령에
비틀대는 몸으로 나가니
눈을 휘둥그레 뜨신 선생님이 이 녀석 왜 그래? 하시더니
술 냄새가 풍풍 풍기니 다짜고짜 이 자식 술 처먹었네?
하며 들고 있던 몽둥이로 내리친다.
대가리에 소똥도 안 떨어진 자식이 숙제도 안 해오고
아침부터 술 처먹었다며 화가 머리끝까지 나셔서
사정없이 두들겨 패니 비틀거리는 내 몸은 쓰러지고 말았다.
왜 술을 먹었느냐는 다그침에
술지게미를 먹고 이렇게 됐다는 말을 듣고는 몹시도 미안해하신다.
점심시간.
선생님의 부르심에 숙직실로 불려가니
납작하고 이쁜 도시락을 펴서 내 앞에 내밀어 주시며 먹으라 하신다.
하얀 쌀밥에 계란 후라이 무장아찌가 들어 있는
맜 있는 도시락에 괜찮습니다 라고 한번 사양한 끝에
달려들어 허겁지겁 퍼 먹었다.
아~
이렇게 맛 좋은 도시락은 난생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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