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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읽는 직업』

by 정가네요 2020. 12. 7.

 

*

한 권의 책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질까 궁금하지요?

 

『읽는 직업』을 읽었습니다.

저자 #이은혜 씨는 인문출판사 ‘글항아리’에서

15년 동안 편집의 세계에 빠져 살아온 사람이랍니다.

 

이 책은 한 달 전쯤 읽었는데

뭘 써 보려고 하니 영 생각이 안 나네요.

그래서 책 속에 있는 글 몇 곳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맺음말에 있는 ‘책, 얼마나 사고 얼마나 읽어야 할까’였습니다.

젊을 때, 사글세방에 살던 주제에

월급을 받으면 무조건 10%는 책을 사겠다고 마음먹고

빌려서 읽는 경우도 거의 없었던

저와 생각이 거의 같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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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에서 저자는 책을 내놓게 된 이유를

첫째, 저자들을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한편이 될 것이므로,

둘째, 편집자는 굉장히 매력적인 직업인데 편집자가 어떤 존재인지 알리고 싶어서,

셋째, 독자들이 책 만들기의 역사와 현실도 알게 되면 흥미로워하지 않을까 해서라고 말했습니다. (P.7)

 

‘읽기’가 직업인 편집자는 끊임없이 읽으면서 집중적인 사유를 반복하며

저자와 같이 혹은 저자에 반하여 자꾸 질문을 하게 된다.

세상이든 자신이든 타인에 대해서든. 그것은 정서에서 비롯되어 태도로 나아가게 하고,

가치관과 세계관이라는 거대한 수원에 물줄기를 잇대어놓게도 한다.

그래서 사유의 맨 밑바닥까지 캐묻다 보면 편집자 역시 글쓰기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철학자 김영민은 인문학을 하는 이라면 ‘유혹하는 글쓰기’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글쓰기란 곧 “수행성의 과정‘이며 이는 외부로부터 자율성을 지켜나가는

”삶의 형식과 그 품위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P.62)

 

1년에 대여섯 권밖에 읽지 못하더라도 가끔은 700~800쪽 혹은 1,000쪽짜리 책들도 눈여겨보면 어떨까.

그런 책들은 우리를 쉽사리 음식과 잠의 세계로 데려다 놓지 않기 때문에 소란스러운 현실로부터 더 잘 격리될 수 있고,

그러한 격리는 우리 세상이 가로막고 있는 상상력을 북돋울 뿐 아니라

지적 집적으로 인식의 전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P.187)

 

* (맺음말)

책, 얼마나 사고 얼마나 읽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 각자는 책을 얼마나 사고 얼마나 읽어야 할까.

여기에 정답이 있을 길 없지만,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한 달에 30만 원 정도를 책 구입에 쓴다. 빌려서 읽는 경우는 없고 모두 사서 본다.

책값이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에 비해 싸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저자, 역자, 편집자들이 들인 시간과 노고를 계산하고, 그들의 생계를 고려하면 시실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책은 비싸다거나 혹은 산다고 해서 낭비가 되는 물건일 수 없다. (P.224)

 

그러면 집에 쌓아놓은 책들 중 과연 얼마나 읽었을까.

나는 반의반의 반도 못 읽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어떤 이슈와 주제가 생겨 기획하거나 참조를 해야 할 때,

내 방에 해당 주제에 관한 책이 한 권도 없었던 적은 없기 때문이다. (...)

책을 읽으면 삶이 나아질까.

여기에는 “꽤 그럴 것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삶에 있어서 ‘농도’나 ‘밀도’는 중요한데, 내 경우 그 밀도를

책을 읽거나 쓴 사람들과의 만남, 혹은 책을 둘러싼 수많은 내용을 통해 채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범을 잘 모르겠다.

이렇게 책 한 가지만 이야기하며 마치 책 바깥의 삶은 없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싫어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안에 완전히 들어오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책이 바로 그런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