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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으로 두 눈을 한꺼번에 수술을 한 아내에게
한 끼 밥을 떠먹여주었다는 글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 내 아내가 정말 두 눈 모두를 잃게 된다면
나는 평생 아내에게 밥을 떠먹여줄 수 있을까?
갑자기 서정홍 시인의 시
‘가장 짧은 시’가 생각났습니다.
‘아랫집 현동 할아버지는
몇 해째 중풍으로 누워 계신 할머니를,
밥도 떠먹여 드리고
똥오줌도 누여 드립니다
요양원에 보내면 서로 편안할 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이웃들이 물으면
딱 한 말씀 하십니다
- 누 보고 시집왔는데!‘
아내도 저 하나를 보고 시집온 건 확실할 겁니다.
우리 동네 어떤 어르신의 부인은
중풍으로 15년 정도나 누워 계셨습니다.
그나마 요양보호사가 와서 보살펴주기도 하고
목욕차가 와서 가끔 목욕을 시켜주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병구완을 하시던 어르신을
마을 사람 모두가 딱하게 여겼지요.
그런데 그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마자
어르신은 갑자기 기운이 쇠하셔서 지금은
휠체어에 의지하여 겨우 바깥나들이를 하십니다.
비록 누워 있는 환자였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께서 늘 마음에 두고
의지할 수 있는 식구였던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굳이 결혼을 생각지 않습니다.
세상이 변하여 결혼과 육아가 무척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식구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혼밥시대 이후에는 과연 세상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뒤에 여고시절의 제자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혼기가 지났지만 두 녀석 모두 미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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