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인터넷 세상에 카페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내가 무척 외로울 때였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아파트에 감금하다시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면 모든 사회생활을 접고 곧장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날 때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Daum에 카페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바로 나와 같은 갑장들의 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내 어머니 이야기를 조금씩 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 글에 위로와 공감의 댓글을 많이 달아주었습니다.
혼자서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서로 위로를 주고받고 나중에는 직접 만남까지 이루어져 정말 큰 위안과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식물공부도 할 겸 해서 내가 직접 들꽃카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비록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끼리의 만남이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통하게 하자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내세운 게 다른 이의 글이나 사진에 댓글을 열심히 달아주자는 거였습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글의 힘은 정말 큽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 글쓴이의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부터 실천했습니다.
카페에 올라오는 모든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말 한마디 없이 올리는 이모티콘에도 꼭 댓글을 달았습니다.
운영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되도록이면 그렇게 하도록 했습니다.
조금씩 댓글이 늘어났습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경상도 말에‘쪼매 반가워도 디게 반가워한다'는 말이 있다고.
그걸 ’쪼반디반정신‘이라고 했습니다.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다고 환영하는 말로 나를 반기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니 우리 카페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댓글을 다는 것이 원칙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사고와 삶의 양식이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문화가 일상화하면서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자기만의 세계를 공고히 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무척 바쁘고 활기차게 사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많은 이가 외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인스타나 페북에 개인의 여행이나 음식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가 많이 올라옵니다.
그것도 알고 보면 인간적 교류가 별로 없는 세상에서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하고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점차 인터넷 카페들이 많이 사라지고 활동도 미미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카페는 늘 성황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댓글의 힘인 것 같습니다.
댓글은 공감이고 공감의 여운은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글에 댓글을 달아줄 수 있느냐고?
답은 간단합니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댓글에는 직지만 마음이 담겨 있고 그 댓글을 읽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저절로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점점 더 많은 공감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올리는 글에 달리는 댓글에는 꼭 답글을 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지 않느냐고요?
그렇다면 카페활동이나 페북생활을 하지 말아야지요.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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