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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온돌방과 두한족열

by 정가네요 2020. 2. 14.

*

부르하페라는 네덜란드의 명의가 죽으면서
최고의 건강비결을 적어놓은 책을 밀봉하여 남겼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궁금해 했고
그 결과 그 책은 아주 비싼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그런데 그 책에는 단 한 줄만이 적혀 있었다고 해요.
"머리는 차갑게 하고 다리와 배는 따뜻하게 하라.
그러면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게 바로 한방에서 강조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입니다.
사람의 체온은 머리는 차갑고,
하체는 따뜻한 상태가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심장이 있는 상체와 하체의 온도 차가
심하게 반대현상을 보여 이것이 만병의 근원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반신욕이 유행하는 것도 까닭이 있겠지요.
반신욕은 하체를 따뜻하게 데워줌으로써
상․하체의 체온 균형을 잡아주니까요.


옛날 우리나라의 온돌방은
아랫목이 시커멓게 탈 정도로 방바닥은 뜨겁고
윗목은 냉기 때문에 걸레가 꽁꽁 얼 정도로 추웠습니다.
온돌의 장점은 방바닥은 따뜻하고 위로는 찬 기운이 돌아서
사람의 건강에 크게 좋으며, 매우 과학적이라는 겁니다.


그에 비하면 요즘의 아파트 난방은
천장에서 따뜻한 바람이 마구 쏟아지니
두한족열의 원리를 완전히 거스르고 있는 거지요.
‘사람은 발모가지가 따뜻해야 잠이 잘 온다’고 하잖아요.^^


어린 아이의 발을 만져보면 무척 따뜻하지만
어른이 되면 발이 차가워집니다.

아내는 발이 무척 찹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집을 수리하면서 아내의 강력한 요구로
아궁이에 불을 넣는 온돌방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그리고는 11월부터 4월까지는 부부가 온돌방에서 잠을 자는데
뜨끈뜨끈한 방바닥을 좋아하는 아내와 달리
저는 등이 따뜻하면 제대로 잠을 못 자는 성격입니다.
참 얄궂은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 요즘 매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아궁이에 불을 넣는 것은 순전히 아내를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를 평가하는 아내의 점수는 무척 박합니다.
언젠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떤 이가 아내에게
남편에게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고 물으니
딱 절반이 넘는 51점을 주더라구요.
그때 서운했던 감정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각설하고,
‘머리는 차갑게, 배는 따뚯하게, 발바닥은 뜨겁게’가
건강관리의 기본입니다.


*
온돌방 /조 향 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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