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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시 한 편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1917년 정사년(丁巳年) 뱀띠 해에 태어나셨으니
살아 계시다면 올해 104세.
17년 전에 87세로 돌아가셨지요.
병약한 남편을 만나
시집 오면서부터 온갖 고생을 다하시고
마지막엔 2년 정도 치매도 겪으셨습니다.
내가 결혼하면서부터
셋째 아들인 저와 함께 사셨는데
힘이 없으신 후로 내가 손톱, 발톱을 다 깎아드렸고
마지막 1년은 목욕도 시켜드렸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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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 이승하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을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 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