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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

'타나토스Thanatos'에 대하여

by 정가네요 2008. 7. 5.

 

'타나토스Thanatos'에 대하여

 

 

그의 그림자였던 민들레님은

오늘 하루 연가를 내고 영천에 있는 그의 선산까지 가서 그를 배웅하고 왔습니다.

저는 마음만 따라갔다 왔습니다.

서운함을 접고 이제 기쁜 마음으로 그를 보냅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 그였으니까요.

 

어제 그가 누워 있는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진 속의 그는 초췌한 모습으로 사력을 다하여 억지로 웃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딸을 시집보내던 날 고통을 참으며 웃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우리 카페 대문의 사진 속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았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낸 책 『 이 해골이 니 해골이니?』 의 책머리에서 

 

'어차피 윤회를 피할 수 없다면, 

살과 뼈뿐 아니라 알량한 영혼까지 지옥의 맷돌에다 팍팍 갈아 

이승이라는 이름의 이 전생을 캄캄하게 지우고 싶다. 

환멸과 허무, 타나토스의 수렁에서 벗어난 적 없는 이런 삶에도 말이 필요할까? 

내게 말은 오로지 말 바깥을 꿈꾸는 환상의 요술지팡이였지만, 

형편없는 지팡이 덕분에 살얼음 같은 내 정신은 말의 감옥에서 

절망의 밑바닥을 벌벌 기다가 죽음의 허방으로 떨어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니 내 비평의 헛소리는 사랑과 눈물이 낳은 진실의 옥동자가 아니라, 

욕망과 증오가 사산한 허구의 무뇌아일 따름이다.'라고 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산 그가 그의 삶을 

'타나토스의 수렁에서 벗어난 적 없는 삶'이라고 했습니다.

 

'타나토스.Thanatos'는 '죽음의 신'입니다.

타나토스라는 단어 자체가 죽음을 의미합니다.

신화 속에 나오는 ‘죽음’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까요?

 

흔히 죽음의 신, 저승의 신을 하데스라고 하지요.

타나토스는 하데스의 아신亞神으로 그의 오른팔입니다.

하데스의 명을 받들어 인간의 영혼을 저승으로 데려오는 일을 하지요.

저승사자라고 할 수 있지요.

힘이 무척 세어서 어떤 영혼이라도 저승으로 끌고 올 수 있지만 

헤라클레스만은 이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타나토스는 그와 형제간인 잠의 신 휘프노스Hypnos와 짝을 이루어 다니는데, 

휘프노스는 최면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인간을 깊은 잠에 빠지게 합니다.

하데스의 세계는 대지의 아래쪽에 있습니다.

그것도 대장간의 망치받이 모루 쇳덩이가 

아흐레 밤낮을 떨어져야 닿을수 있는 깊고 깊은 땅속입니다.

 

인간이 죽어 영혼이 저승으로 내려오게 되면 슬픔의 강인 아케론 강을 건넙니다.

이 강에는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있어 

바닥이 없는 소가죽 배로 영혼들을 강 건너로 건네다 줍니다.

영혼들은 동전 한 닢을 내야 이 배를 탈 수 있지요.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세상을 떠난 이의 입 안에 동전 한 닢을 넣어 장사 지냈다고 합니다.

 

동전 한 닢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저승 가는 길에 노자로 하라며

망자의 입에 넣어 주는 우리의 풍습도 아마 그런 데서 연유했을 겁니다.

 

그리이스 신화에 아름다운 사랑 얘기가 나옵니다.

거문고자리에 앉아 있는 오르페우스,

음악의 신 칼리오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뱀에게 물려 죽어 저승에 가 있던

아름다운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 위해 하계下界에 내려갈 때,

리라(수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러 카론 영감을 감동시키고

지옥문을 지키는 무서운 개 케르베로스는 물론 

하데스마저도 매혹시켜 저승에 들어갔다고 하지요.

 

카론의 배를 타고 여러 개의 강을 건너면 마지막으로 레테의 강을 건넙니다. 

레테의 강을 건너면 혼령은 이승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립니다.

 

레테의 강 건너편은 '극락의 들판' 엘리시온Elycion입니다. 

엘리시온은 신의 은총을 받은 영혼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지내는 천국이지요.

저 유명한 파리의 '샹젤리제'는 '엘리시온가街'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엘리시온의 왼쪽은 무한 지옥인 타르타로스입니다.

나쁜 영혼들이 가는 곳이지요.

 

고단한 삶을 마친 바람재,

참으로 열심히 산 그의 영혼이 엘리시온에서 편히 쉬기를 바랍니다.

이제 남은 우리는 그를 잊고서 다시 그를 만날 때까지 또 열심히 살아야지요.

그 게 그가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오늘 저는 그를 잊고 여행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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