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운영 - '콩과'
'자운영'은
중국 원산의 두해살이풀로서 남부지방의 논이나 밭에 자랍니다.
요즘은 "녹비식물"로 권장하여 많은 곳에서 씨앗을 뿌려 일부러 기르고 있습니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생겨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주는 풋거름이기 때문입니다.
사각의 줄기는 밑 부분에서 가지를 많이 치며,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다가 높이 20cm 정도로 섭니다.
줄기에 어긋나는 타원형의 작은잎은 9~11개로 깃꼴겹잎입니다.
4월경에 잎겨드랑이에서 자란 꽃대 끝에 나비 모양의 붉은색 꽃이
둥글게 모여 피는데 황홀한 그 빛깔은 정말 어디 견줄 데가 없습니다.
꽃에는 꿀이 많아 꿀벌도 많이 모여들지요.
기다란 꼬투리 열매는 검은색으로 익으면 갈라져서 씨가 나옵니다.
야생화에 처음 관심을 가졌을 때 저는 이 자운영이 정말 제일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섬진강이 있는 구례로 답사를 가면서
들판 가득 깔려 있는 자운영 꽃밭을 보고 얼마나 크게 실망하였던지요.
그렇지만 김용택 시인의 시에 나오는 것처럼
숯불 같은 자운영 꽃밭에서 하루 종일 놀고 싶은 마음이었답니다.
*
섬진강 1 / 김용택 시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뜰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띈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자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례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