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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폐사지 여행을 좋아합니다.
텅 빈 절터의 고즈넉함을 맛 보는 건 참 멋진 일이거든요.
원주에는 유명한 3대 폐사지가 있습니다.
거돈사지, 법천사지, 그리고 흥법사지입니다.
거돈사 터를 처음 본 순간,
건물 하나 없는 절터에 덩그마니 혼자 서 있는 3충석탑과
금당터의 깨어진 불상대좌와 주춧돌들.
말없이 자리 잡고 있는 돌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
일행들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야, 정말 멋진 절터다’ 하고 감탄했습니다.
거돈사는 통일신라 때 창건된 절로
18세기 무렵에 폐사되었다고 합니다.
1989년 이후, 15호의 마을 주민들 집을 모두 옮기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발굴, 재정비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참 동안이나 거돈사 터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후
이번에는 가까이 있는 법천사지로 향했습니다.
법천사 역시 통일신라 시대의 절로
고려 중기의 대표적인 사찰이었다고 합니다.
법천사지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고려 문종 때
국사를 지냈던 지광국사 해린의 승탑인 지광국사탑입니다.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등으로
역대 고승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부도 가운데
가장 우수하여 국보 101호로 지정한 승탑인데
이 탑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제시대엔 일본인이 일본 오사카까지 반출하였는데
몇 년 뒤에 다시 환수하여 경복궁에 갖다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6.25때는 폭격을 맞아 크게 파손된 후 오래 방치되었다가
2024년에 보존처리와 복원을 마치고 원래의 소재지였던
원주시 부론면의 유적전시관 실내에 앉혀놓았다고 합니다.
법천사지에는 또 지광국사의 탑비가 있는데
나라를 대표했던 고승의 업적을 담은 비석인 만큼
석공들의 지극한 정성이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독특한 무늬가 돋보이는 등껍질엔
여러 개의 사각형에 왕(王)자를 새겨 장식을 하였고
비석의 몸돌 양 옆면에는 화려한 용 조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구름과 어우러져 여의주를 희롱하는
두 마리의 용이 정교하게 표현되어 멋스러웠습니다.
탑비가 있는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법천사지도
눈맛이 시원해서 아주 좋았습니다.
또 하나의 절터인 흥법사지는
얼마 전에 절터를 매입하고 재정비에 들어간다고 하여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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