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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넓은 땅의 식물들을 어떻게 다 관리합니까?”
“풀은 어떡하고요?”
조금 넓긴 하지요.
무려 1,400평이나 되니까요.
저도 그렇게 넓은 땅이 필요했던 건 아닌데
돼지축사로 경영했던 산 밑의 땅을 나눠서 팔지는 않는다니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 땅입니다.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내 마음대로
마음껏 심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거랍니다.
농사를 지으려고 시골에 들어온 건 아니니
대부분의 땅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을 심고
일부는 텃밭으로, 나머지는 꽃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2007년, 사서 고생하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여름을 어떻게 지내냐고요?
어떡하긴요. 그냥 꾹 참고 살지요 뭐.^^
여름에 제일 겁이 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풀입니다.
예초기를 돌려 풀을 베는 일이 좀 힘듭니다.
새벽에 2시간씩 5일 정도 풀을 베는데
그걸 여름 동안 4차례 정도는 되풀이 하니
20일 정도는 매일 풀을 베는 거지요.
예초기 돌리기는 저에게 큰 운동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풀을 뽑습니다.
나무 사이의 풀은 예초기로 베지만
꽃들 사이의 풀은 손으로 뽑아주어야 하니까요.
또 식물들이 쓰러지지 말라고 줄을 매어 묶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한해살이 식물들의 씨앗을 받기도 합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어슬렁어슬렁,
오늘은 어떤 녀석이 새로 올라왔을까?
오늘은 어떤 녀석이 꽃을 예쁘게 피웠을까?
어떻게 찍어야 요 녀석 사진이 예쁘게 나올까?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갑니다.
새들이 찾아와 놀다가는 것과
매일 다른 모습의 저녁노을을 구경하는 것은 순전히 덤입니다.
아, 내가 심어 가꾸는 식물들은
수목류가 100종, 화훼류가 100종을 조금 넘습니다.
그걸 이틀에 한 번 정도 SNS에 올려 자랑을 하니
우리집에 식물들이 엄청 많아 보이는가 봅니다.
그리고 저녁엔 책을 조금 읽습니다.
아직은 그래도 시력이 괜찮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예전엔 월급의 1/10은 반드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는데
퇴직 후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도 책을 삽니다.
저는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더위도 끝이 있을 테지요.
근데 오늘도 덥네요.
사진은 오늘 찍은 정가네동산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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