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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시집을 펼쳤습니다.
‘아들 방에서’란 짧은 시 하나를 읽다가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는 아들 생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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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을 한 아들이 방 안에서 묵은 공부를 하며 지내다 접시 닦으러 다닌 지 며칠째, 부스럭거리는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아내가 침대에 구겨지고 흩어져 있는 아들의 흔적을 치우다가, 멍하니 서 있었다.
청년 실업자라는 딱지를 떼기 위한 앉은뱅이 책상에 해독이 불가한 꼬부랑 글씨의 낡은 문제집을 펼쳐 보니, 그만 두고 싶다, 미안하다,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자식과 부모로 사는 일이 어렵고 슬픈 시험이구나.
- 『쇳밥』 / 김종필 시집 / 한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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