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녀와 손자가
저희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1년 전에,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던
초등학교 1학년 손녀를 시골로 전학시켰지요.
어린이집에 다니던 손자까지 데리고 와서
올해는 누나와 같이 병설유치원에 다녔더랬습니다.
딸이 다니던 직장을 휴직하고서
시골 우리집 가까운 곳에 방을 하나 구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왔던 겁니다.
그게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한 학기 동안 채 10번도 못 갔던 학교였는데
시골에서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다니며
오후에는 방과후학교까지 다 했으니 손녀는 엄청 즐겁게 다녔지요.
방과후학교 과목도 아주 다양했어요.
드론과 배드민턴, 영어, 로봇과학, 컴퓨터, 합창, 골프, 미술...
정말 심심할 여가가 없었을 겁니다.
매일 방과후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같이 할애비 집에 와서 놀다가
저녁을 먹고서 제 집으로 돌아가곤 했지요.
평소에도 시골의 할머니 집에서 살고 싶다던 손녀는
1년이 지나 제 집으로 돌아가려니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반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학년 9명밖에 안 되어
1학년, 2학년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만 1년 동안에 정이 듬뿍 들어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울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몇 개나 낳았을지 궁금해하며 꺼냈던 달걀,
동산 한가운데 매달아 놓았던 그네 타기,
김밥 싸서 가볍게 올랐던 뒷 동산,
넓은 마당에서 즐겼던 잠자리 잡기,
마당 한쪽에 설치했던 수영장에서의 물놀이,
베란다 앞 데크에서 맘껏 뛰었던 트램펄린...
온 지구인을 힘들게 하고 있는 유행병으로 우연히 경험했던 시골생활이었지만
우리 손녀와 손자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저는 어떠냐구요?
한 마디로 말해 시원섭섭합니다.^^
*
그동안 아이들이 자라서 신을 수 없는 신도 여러 켤레였습니다.
데크에서 맘껏 뛰어놀았던 트램펄린은 층간소음 때문에 시골에 두고 갔습니다.
'정가네동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 (0) | 2021.08.25 |
---|---|
꽃노을 (0) | 2021.08.24 |
음식은 모름지기 이렇게 먹어야... (0) | 2021.07.21 |
복숭아 (0) | 2021.07.09 |
쌍란에는 노른자가 2개? (0) | 2021.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