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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서 복숭이 한 박스 배달되었습니다.
당도가 많이 높지는 않지만 제법 먹을 만했습니다.
오늘 새벽 4시 26분,
영덕에 사는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비 옵니다. 작업 불가.
오지 마세요.’
어제 복숭 농사를 짓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내일 좀 일찍 와서 복숭 좀 따 주고
집에도 가져가 먹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힘이 들어도 좀체 그런 부탁을 하지 않는 동생인데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 사이 짧은 시간에 복숭을 따려니
혼자서 힘들어 나한테까지 부탁을 했던가 봅니다.
그래서 오늘 새벽,
5시쯤 아내와 함께 일찍 출발하여
좀 덜 더울 때 복숭 따는 걸 도와주고 오려고
새벽같이 일어났는데 오지 말라는 겁니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없었는데
예보가 틀렸다고 오지 말라는 겁니다.
속이 상해 있을 동생이 마냥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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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가까이 사는 친구가
금황과 천도복숭을 차로 싣고 와 데크에 내려놓으며
“맛이 없어요.” 하고는 부리나케 가버렸습니다.
가고 난 뒤에 복숭을 깎아 먹으니
제법 먹을 만했습니다.
딸이 말하기를 이 정도면 저도 사 먹고
이웃에게도 소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단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장마가 온다고 하여 아내와 딸과
채 맛이 깊이 들지 않은 복숭을 5시간 동안 따서
선별하고, 포장하여 50상자를 농협 공판장에 냈는데
경매 결과,
한 박스에 2,100원에서 1만 원까지 나와서
50박스에 총 20만 원을 받았다‘고.
남은 복숭은 장마 틈에 따서 공판장에 가져가 봤자
상자값 1,100원에 경매비, 하차비, 수수료 떼고 나면
500원도 안 남을 테니 올해 농사는 망했다고.
허망하고, 기가 차서 허허 웃고 말았지만
하도 기분이 안 좋아 부추전에 막걸리 퍼 마시고
누워서 빗소리를 듣고 있다고...
이 장마철에 나오는 과일들
당도가 높지 않다고 탓하지 마시고
농민들 생각하며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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