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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풀베기

by 정가네요 2021. 6. 19.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풀베기라고 말하겠습니다.
2007년부터 15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풀들과 싸움을 해 왔으니까요.

예초기를 이용해서 풀을 베는데
한 번 벨 때마다 2시간 정도 벱니다.
그렇게 연속해서 4일 정도,
마당의 잔디 깎는 것까지 하면 5일 동안이니
1회 풀베기에 10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그렇게 봄부터 처서가 지날 무렵까지
1년에 4~5회 정도 풀을 벱니다.
대충 계산하면 1년에 50시간 정도
예초기를 돌려 풀을 베는 셈이지요.
풀베기 대회가 있으면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예초기 일자(一字)날을 쓰는데
절대로 날을 아까지 않습니다.
하루 베면 반대로 뒤집어서 또 하루 베고 버립니다.
닳은 날을 갈아서 써 보기도 했는데
날카롭지 않아서 힘이 더 많이 들더라구요.

나무들이 어릴 때는 묘목도 참 많이 날렸습니다.
풀인지 나무인지 구분이 안 되었으니까요.
어쩌면 지금 살아 있는 나무보다
예초기로 날린 나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나무가 크게 자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지요.

풀베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1,400평의 땅에 10년 넘게 제초제 한 번 뿌리지 않고
끈질기게 풀과 싸운 보람은 남았습니다.
아, 풀을 베고 나면 정말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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