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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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 앞산 산소에 올라간다고

좁은 산길에 06굴삭기가 한 대 들어오더니

길이 좁아서 못 들어가겠다며 중간에서 돌아갔습니다.

2.5m 농로에 2.5m 너비의 발통이 지나가려니 그렇지요.

 

그런데 굴삭기가 머리를 돌리다가

우리집 인터넷 선을 끊어버렸습니다.

손자 손녀와 함께 ‘동물농장’을 보던 중이었는데

그만 TV가 먹통이 되고 말았습니다.

컴퓨터도 나가버렸습니다.

 

아무것도 할 게 없었습니다.

심심해 하는 손녀와 우리 부부, 딸과 함께

블로커스(Blokus)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네 살 손자 녀석에겐 핸드폰 동영상을 보여줬지요.

공룡 이름을 다 아는 녀석은 공룡이라면 그저 통과.

 

블로커스는 손녀가 제일 잘 합니다.

21개의 퍼즐조각 모서리를 이어가는 놀이인데

마지막에 퍼즐조각을 가장 적게 남기는 사람이 이깁니다.

네 판 가운데 손녀가 두 번이나 우승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손녀와 딸, 나 이렇게 셋이서

숫자퍼즐놀이(스도쿠)를 했습니다.

세 판을 했는데 이것도 손녀가 제일 먼저 이겼습니다.

내 머리를 닮아 수학을 못한다고 하던 딸도 한 번,

나도 한 번씩 이겨서 비겼습니다.

 

저녁을 먹고서 아이들이 가고 난 뒤

우리 부부 둘이 남으니 또 할 일이 없었습니다.

각자 핸드폰을 조금 만지작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냥 앉아 있기도 뭣하고 해서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었습니다.

 

TV 없는 하루는 무척 길었습니다.

TV와 핸드폰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펌 사진> 블로커스(Blokus) 보드게임
21개의 조각 모서리를 이어가는 게임인데 나중에 가장 적게 남긴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 그런데 이 그림은 잘못되었습니다. 노란색처럼 귀퉁이를 채우고서 출발해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펌 사진> 숫자퍼즐놀이(스도쿠)
왼쪽 그림판의 빈칸을 모두 채워야 합니다.
가로 세로 같은 숫자가 들어가면 안 되고 굵은 선의 네모 안에도 같은 숫자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오른쪽은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