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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 얘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봄이 녀석은 연애대장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연애하는 걸 직접 본 건 한 번도 없지만
연애 결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니까요.
처음 녀석을 강아지로 분양받아 올 때 개 주인이
봄이 녀석에게는 셰퍼드의 피가 섞여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엄청 깔끔합니다.
절대로 제 집 앞에서는 오줌똥을 누지 않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우리가 집을 비우고 사흘 정도 어디에 나갔다와도
와서 보면 똥 한 번 누지 않고 깨끗했습니다.
집에 와서 끌러주면 똥을 너무 오래 참아서
변비가 생겨 애를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10년이 넘는 동안 딱 한 번 실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깔끔한 녀석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수컷 개에게 약합니다.
지금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새끼를 가졌습니다.
젊을 땐 한해에 두 번이나 임신을 한 적도 있답니다.
집을 나가서 이상하게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반드시 배가 불러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낳은 자식이 모두 26마리.
그것도 모두 애비가 누가인지조차 모르는 새끼들입니다.
그걸 다 분양시키느라 우리는 똥줄이 탔더랬습니다.
새끼를 낳을 때마다 산후 뒷바라지를 해대느라
아내가 고생한 건 말로 다할 수 없고요.
지금도 조금 살이 찌기만 하면
혹시 또 임신한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한답니다.
이제 나이가 열세 살이나 되었으니
아마도 단산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녀석이 우리 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한 식구 같던 녀석이 없어지면 정말 슬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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