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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봄이 이야기. 2 - 덫 2

by 정가네요 2020. 12. 1.

*

(이것도 옛날 일이니 놀라지 마세요.^^)

 

덫에 치여 앞니를 모두 잃은

'봄이'가요, 우리집 개 '봄이'가요.

2년 뒤에 또 한 번 덫에 치였어요.

그것도 같은 다리를요.

 

덫에 치인 뒤로는 목줄을 해서 묶어두고 키웠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한 번씩 볼일을 보고 오라고

목줄을 끌러주곤 했지요.

 

어느 날, 봄이와 새끼인 강이를 잠시 끌러 주었는데

봄이 녀석 혼자서 대문 밖으로 나가더니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가끔 강이를 데리고 산으로, 산으로 돌아다니다가

두어 시간 뒤에 돌아올 때가 있긴 했는데

그날은 밤이 되어도 결국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개집을 들여다보았지만

봄이 집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녀석, 산으로 돌아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더니

결국 누군가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구나.'

그런데 아침밥을 먹고 있노라니

봄이의 새끼인 '강이'가 날카롭게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급하게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니,

 

글쎄, 봄이 녀석이...

한 다리를 들고 절뚝거리며,

목에는 검은 밧줄을 매단 채 돌아와 있었습니다.

얼굴과 다리는 온통 피투성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강이 녀석은

봄이를 제 어미라고 생각지도 못하였던 겁니다.

 

짐작컨대 덫에 치인 봄이를 누군가 붙잡아 두었는데

봄이 녀석이 남아 있던 이빨로 목줄을 끊고

몰래 도망쳐 나온 것이었습니다.

덫에서 빠져 나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목줄을 끊고 한쪽 발로 절뚝거리며 도망쳐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2년 전에 덫에 치여 앞발의 힘줄이 끊어지고

쇠로 된 덫을 물어뜯느라 앞이빨이 모두 빠졌는데

이번에 또 이빨이 몇 개 빠졌습니다.

에구, 불쌍한 녀석...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도

다리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남은 이빨로 사료를 먹긴 했습니다.

밤새 붙들려 용을 썼으니 배도 고팠겠지요.

 

덫으로 짐승을 잡는 건 정말 잔인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귀한 만큼 짐승의 목숨도 귀한 겁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는 Daum 의 우리 '바람재들꽃' 카페 대문에

‘뭇 생명의 가치는 똑같습니다.’라고 써 놓았습니다.

 

그날 이후 집에 있던 절단기를 들고

앞산과 뒷산을 돌아다니며

올무를 모두 잘라서 제거했습니다.

 

어금니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이빨을 모두 잃은 봄이는 그래도 잘 지냅니다.

힘줄이 끊어진 앞다리 하나는

굽히면 아래로 축 처지긴 하지만 여전히 잘 달립니다.

녀석은 아주 강인한 체력을 타고 났나 봅니다.

 

다음엔 봄이가 바람피우는 얘기를 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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