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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네동산 일기

버리고 살기

by 정가네요 2020. 11. 21.

*

우리 부부 둘이 살고 있는 집에

가끔 자식들이 오면 안 쓰던 이불을 꺼냅니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땐 새 이불이 필요해서 하나씩 더 구하기도 하지요.

그러면 헌 이불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혹시 쓸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그걸 버리지 못하니

농 안엔 더 이상 이불을 넣을 공간이 없습니다.

 

손자 손녀가 생기니 이불이 또 늘어납니다.

한 번씩 딸 식구들이 와서 자고 가면 이불을 꺼냈다가 농 안에 넣는 일이 고역입니다.

꾸역꾸역 넣으려니 힘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방 한 구석에 쌓아두기도 합니다.

 

'안 되겠다.'

이불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농 안에 있던 이불을 모조리 꺼내어

거실에 쌓으니 얼마나 많은지 산더미 같습니다.

한 번도 안 쓰던 것들이 수북합니다.

얇은 것, 두꺼운 것 모두 정리했습니다.

75리터 대형 쓰레기 봉투에 꾹꾹 눌러 담아 자그마치 5개나 됩니다.

바깥에 내 놓고 보니 욕심스럽게 이렇게나 많이 갖고 살았구나 싶습니다.

 

요즘 '신박한 정리'란 TV 프로가 있더군요.

이제부터 하나씩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이 다음엔 옷을 버릴 작정입니다.

한두 벌이면 겨울을 날 수 있는데

옷장을 열어 보면 겨울 옷들이 수두룩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버릴 겁니다.

40년 동안 이렇게저렇게 한 권씩 사서 모은 책이

이사를 다닐 때마다 큰 고민이었습니다.

무거운 책을 나르는 게 미안해서 아저씨들에게 웃돈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집안 곳곳에 있는 책장을 바라볼 때마다

버려야지, 버려야지 했는데 이젠 정말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더 가볍게 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늘도

새로 구입할 책 목록을 챙기니 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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