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 창비교육 / 15,000원
*
40년 한평생 국어 수업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
명희 선생님이 퇴임 기념으로 낸 책, 조금은 까칠한 국어 교사의 책.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타는 국어 수업』을 읽었다.
‘나는 왜 이런 수업을 한 번도 못 해 봤던가’
나의 무릎과 가슴을 탁 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입과 귀와 가슴을 열어 주는 국어 수업,
한 마디로 살아 있는 국어 수업, 재미있는 국어 수업 내용이다.
국어 시간에 생기를 불어 넣고 싶은 선생님은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명희 선생님은
아이들이 운동장을 걸으면서 큰 소리로 책을 읽어 자신감을 키우도록 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도록 하고, 사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고,
독서 공책을 만들도록 하여 독서 기록뿐만 아니라 자신의 속내 이야기를 토해내게 하였으며
밤새도록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어 자신의 보물 1호로 삼도록 하여 주었다.
그 때문에 선생님은 오른팔 마비가 와서 긴 글을 쓸 수 없는 직업병을 얻었다고 한다.
국어사전을 사용하도록 하고 한글 옷 입기 운동을 벌이고,
아름다운 가치 사전을 만들어 생활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가치의 개념을 찾도록 하였으며
교실 바닥에 퍼질러 앉아 주제가 있는 신문 수업을 하도록 하였다.
들꽃이 핀 곳을 찾아 야외로 나가 식물과 자연에 관심을 갖도록 하여
아이들이 자신의 빛깔과 향기로 살아가도록 해 주었다.
<낙엽을 태우면서>를 배울 때는 낙엽더미를 만들어 불을 붙이고
낙엽에 앉아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군것질 거리를 가져와 먹도록 하였다.
<메밀꽃 필 무렵>을 배울 때는 실제로 나귀를 구해서
나귀를 몰고 메밀꽃 밭을 거닐게 하기도 하였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지필평가도 선생님과 아이들의 글을 인용해 실제로 배운 것 그대로 평가하였다.
*
아이들이 찾은 가치 개념 중 몇 개,
평화 - 명희 선생님께서 웃으며 수업하시는 것
평등 - 진돗개와 똥개에게 밥을 똑같이 주는 것
관용 - 마침종이 쳐도 결코 나가시지 않는 명희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
행복 - 한 치수 작은 옷을 샀는데 몸에 딱 맞을 때
희망 - 마침종이 치자마자 국어 수업이 끝나는 것
소망 - 장동건 같은 교생이 오는 것
배려 - 휴대폰 문자가 느린 엄마을 생각해서 일부러 답을 늦게 쓰는 것
*
선생님의 제자 선생님이 쓴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한 장면,
명희 선생님이 자기소개를 할 때 당당하게 31세라고 자기 나이를 밝히는 순간,
누군가 “아, 노처녀네."라고 말하자 그 학생을 일으켜 세우고
“왜 노처녀라고 말했는지, 노처녀의 기준이 무엇인지 말해라.
남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그런 거라고 하지 말고 너의 생각, 너의 기준을 말해라.”라고 말하여
교실 안을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게 만들었다.
제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명희 선생님은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으로 늘 열심히 책을 읽고 무언가를 찾아서 공부하는 선생님,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선생님,
잘못을 알았을 때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선생님,
약속이나 책임감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
들꽃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하는 선생님,
때론 까다롭지만 때론 전혀 까다롭지 않은 선생님,
솔직하고 다정다감하며 열린 사고를 가진 선생님,
도회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김치, 쌈, 나물 비빔밥, 청국장, 고추장을 좋아하는 선생님,
나무나 낙엽 타는 냄새를 좋아하는 선생님,
숫자에 대해서는 수시로 허당의 모습을 보여 주시는 선생님,
퇴직 이후의 삶이 더욱 기대되는 선생님이라고...
*
처음 교단에 서는 선생님이나
중학교 국어선생님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아, 하나 더.
꽃과 나무를 좋아하고 향기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후각을 자극하는 향기에 관한 책 『꽃향기의 충격』을 내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책을 꼭 내셨으면 좋겠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물, 세상의 은밀한 지배자 (0) | 2017.11.06 |
---|---|
달려라 냇물아 / 최성각 (0) | 2017.10.27 |
여덟 단어 / 박웅현 (0) | 2016.02.05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0) | 2015.12.24 |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 열린책들 (0) | 201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