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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소개

노년에 관하여 / 우정에 관하여

by 정가네요 201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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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케로 저/천병희 역 | . 13,000원

 

 

<노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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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저하는 절도 있는 생활로 늦출 수 있으며,

정신 활동을 늘림으로써 체력에서 잃은 것을 보상받을 수 있다.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구 감퇴는 오히려 노년의 큰 축복이다.

그래야만 정신이 제대로 계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쾌락이 모든 행위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한편 노년에도 정신 활동과 농사일에서 절도 있는 쾌락을 즐길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인생의 모든 시기가 죽음에 노출되어 있다.

노인은 젊은이가 바라는 것, 즉 장수를 이미 누렸다는 점에서 젊은이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죽음은 재앙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며, 영혼이 불멸한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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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이란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해 그것을 잘 가꾸면 오랜 세월을 산 뒤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다주지.

왜냐하면 미덕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뿐 아니라,

훌륭하게 살았다는 의식과 훌륭한 일을 많이 행했다는 기억은 가장 즐거운 것이 되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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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따라 이주어지지.

그리고 이러한 여러 자질은 노년이 되면 대개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늘어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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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로(走路)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뿐이며, 그 길은 한 번만 가게 되어 있지.

그리고 인생의 매 단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네.

소년은 허약하고, 청년은 저돌적이고, 장년은 위엄이 있으며, 노년은 원숙한데,

이런 자질들은 제철이 되어야 거두어들일 수 있는 자연의 결실과도 같은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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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지배하는 곳에서는 자제력이 설 자리가 없고, 쾌락의 영역에서는 그곳이 어디든 미덕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일세.

따라서 쾌락만큼 혐오스러운 것은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이네.

쾌락이 너무 강하고 너무 오래 지속되면 정신의 빛을 완전히 꺼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이성과 지혜로도 쾌락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리가 해서는 안 되는 것에 욕망을 품지 않게 해주는 노년에게야말로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자네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네.

쾌락은 심사숙고를 방해하고, 이성에 적대적이고,

말하자면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미덕과는 함께하지 않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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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쾌락)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아마도 혐오스럽고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런 것에 물리고 신물이 난 사람들에게는 즐기는 편보다는 없는 편이 더 즐겁다네.

하지만 아쉽지 않은 사람은 결핍도 느끼지 못한다네.

그런 고로 나는 아쉽지 않은 것이 더 즐거운 법이라고 말하는 거라네.

 

마음이 성욕과 야망과 투쟁과 적대감과 온갖 욕망의 전역(戰役)을 다 치르고 나서 자신 속으로 들어가,

흔히 말하듯이, 자신과 산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또한 마음이 연구와 학문에서 말하자면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다면, 한가한 노년보다 더 즐거운 것은 그 무엇도 없을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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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농경의 즐거움에 관해 이야기하겠네.

내게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즐겁다네.

농경의 즐거움은 노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을뿐더러, 내가 보기에는 현인(賢人)의 삶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네.

그러한 즐거움은 대지와 거래를 하는데, 대지는 지불 명령을 거부하는 일 없이

자신이 받은 것을 가끔은 적은 이자를 붙여, 대개는 높은 이자를 붙여 되돌려주기 때문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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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란 높은 관직을 역임한 뒤 노년이 되어서야 생기는 것으로,

청년기의 모든 감각적 쾌락보다 더 값진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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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노인들은 고집이 세고, 불안해하고, 화를 잘 내고, 괴팍스럽다고들 하네.

그러고 보면 어떤 노인들은 인색하기까지 하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성격상의 결함이지 노년의 결함이 아닐세.

... 이 모든 결점은 좋은 성품과 교육에 의해 개선될 수 있네.

 

세월이 지나도 모든 포도주가 다 시큼해지지 않듯이, 성격도 모두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세.

노년의 엄격함은 옮다고 보지만, 그것은 매사가 다 그렇듯 절제된 것이어야 하네.

가혹함은 결코 용납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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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명이 더 길다고 해서 슬퍼할 이유는 없네.

마치 즐거운 봄날이 가고 여름과 가을이 왔다고 농부가 슬퍼할 이유가 없듯이 말일세.

봄은 청춘의 계절이고 다가올 결실을 약속하지만,

다른 계절들은 그 결실을 베어 거두어들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한데 노년의 결실이란, 앞서도 거듭 말했듯이 전에 이룩한 선(善)에 대해 회상할 일이 많다는 것일세.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무엇이든 선으로 간주되어야 하네.

그런데 노인들이 죽음을 맞는 것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젊은이들도 같은 일을 당하지만, 그럴 경우에는 자연이 반항하고 저항한다네.

그래서 젊은이들이 죽으면 마치 강한 불길이 많은 양의 물에 의해 꺼지는 것처럼 보이지.

그러나 노인들이 죽으면 마치 외부 힘이 가해지지 않는 가운데 불이 다 타서 저절로 꺼지는 것처럼 보이지.

리고 마치 과일이 설익었을 때는 따기가 힘들지만 농익었을 때는 저절로 떨어지듯,

젊은이들에게서는 폭력이, 노인들에게서는 완숙이 목숨을 거두어간다네.

또한 내게는 이런 '완숙'이라는 생각이 몹시도 즐거워,

내가 죽음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치 오랜 항해 끝에 드디어 육지를 발견하고는 항구에 들어서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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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한계는 정해져 있지 않네.

누군가 맡은 바 임무를 능히 수행할 수 있고 죽음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는 노년에도 계속해서 살 권리가 있네.

죽음을 무시할 수 있는 까닭에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더 대담하고 용감해지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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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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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영혼이 육신과 동시에 죽고 어떤 감각도 남지 않는다면

죽음에는 좋은 것이 아무것도 없듯이 나쁜 것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네.

왜냐하면 어떤 사람에게 감각이 없어진다면 그는 아예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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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간의 상호 선의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는 삶이 어떻게 살 만한 가치가 있겠는가?

자네가 마치 자네 자신과 말하듯 무엇이든 마음껏 더불어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갖는다는 것만큼 감미로운 일이 또 있겠는가?

자네가 번영을 누릴 때 자네 못지않게 그것을 기뻐해줄 누군가가 없다면 어떻게 그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겠는가?

자네 자신보다도 더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다면 불운은 정말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 된다네.

 

우정은 행운은 더욱 빛나게 하고, 불운은 나누고 분담할으로써 더 가볍게 해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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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우정의 신성불가침한 법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네.

도의에 어긋나는 것은 요구해서도 안 되고, 요구를 받더라도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말일세.

친구를 위하여 그렇게 했다는 변명은 도리에 어긋나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네.

다른 범죄들에서도 그렇지만 반국가적인 범죄에서는 더욱 그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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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우정의 으뜸가는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이어야 하네.

친구들에게 옳지 못한 것은 요구하지 말 것이며, 친구들을 위하여 옳은 것만 행하되 부탁해오기를 기다리지 말게나.

항상 돕겠다는 열성을 보이고 꾸물대지 말게나.

거리낌없이 솔직하게 충고해야 하네.

좋은 충고를 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그가 하는 말을 항상 귀담아 듣도록 하게나.

자네가 충고할 때는 영향력을 발휘하되 친구로서 솔직히, 또 필요에 따라서는 엄하게 충고하게나.

그리고 자네가 엄한 충고를 들을 때는 귀를 기울이되 충고받은 대로 행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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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르는 친구는 굳건하고 견실하고 의연해야 하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매우 드문 편이지.

게다가 미리 시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네.

그리고 그런 시험은 우정이 시작된 후에야 가능한 법일세.

그러니까 우정이 판단을 앞지르며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버리는 셈이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마치 마차를 세우듯 자신의 돌진하는 호의에 제동을 걸어야 하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마치 말들의 성질을 시험하듯 친구들의 성품을 어느 정도는 미리 시험해볼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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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동등해지는 것이네

 

스키피오가 바라는 것은 친구들이 모두 자기와의 친분을 통하여 명망이 더 높아지는 것이었네.

이것은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일이네.

그리하여 누가 미덕과 재능과 행운에서 우월하다면 그것들을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공유해야 하네.

그리고 부모가 신분이 낮으면 부모의 신분을 높여주고,

친척들이 능력과 재산에서 자기보다 행운을 타고나지 못했으면 물질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네.

 

재능과 미덕과 온갖 탁월함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결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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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가 하늘에 올라 우주의 본성과 별자리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한다면,

들어줄 사람만 있다면 더없이 즐거울 그 굉장한 광경도 혼자 있다면 즐겁지가 않으리라는 것이네.

인간의 본성은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여 언제나 버팀목에 기댄다네.

그리고 절친한 친구야말로 최상의 버팀목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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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를 할 때는 거리낌은 없되 거칠지 말아야 하며,

충고를 받을 때는 참을성은 있되 대들지 말아야 하네.

우정에는 아첨과 아부와 맞장구보다 더 큰 해악이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하네.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그런 해악은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이

오직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만 말하는 경박하고 거짓된 사람 특유의 악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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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함은 다름 아니라

사랑의 대상을 필요나 이익을 떠나 자진하여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네.

그렇지만 자네가 특별히 이익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우정에서는 이익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