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책 소개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스님

by 정가네요 2014. 3. 20.

 

*

 

새를 좋아하시나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한 번쯤은

'나도 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사람은 무척 많을 겁니다.

 

여기 새와 함께 사는 스님이 있습니다.

스님이란 선입견을 버리고 읽어 보면 지은이는 한 사람의 완벽한 자연주의자입니다.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20그램의 새에게서 배우는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

도연 스님 저 | 중앙북스(books)  13,800원

 

 

* 책 속에서

 

지금껏 목숨 부지하는 데 급급했지

내가 머물고 있는 숲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곤충 한 마리, 그리고 내게 오는 새들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 못했다.

나는 곧 넓은 세상과의 소통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내 주변의 사소한 것들과의 소통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고 있던 난해한 불교경전을 모두 덮어버리고 자연 관련 서적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

 

숲에서 만나는 곤줄박이, 박새, 딱새와 같은 작은 새들도 늘 내게 새로운 메시지를 주었다.

그 어디에도 걸림 없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지혜를 엿보기도 하고,

둥지에 침입한 뱀과 사투를 벌이는 어미 새에게서는 사람보다 더 큰 모정을,

포식자의 침입을 알려주는 새에게서는 우정을,

애써 지은 둥지도 훌훌 버리고 떠나는 새에게서는 무소유의 미덕을,

먹이를 보채는 모습에서는 천진불을 보았다.

훌쩍 왔다가 훌쩍 떠나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은 내게 보살이며 부처이며 도반이다.

 

---

 

딱따구리의 특징은 나무 밑동에서부터 나선형으로 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벌레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인데

오랜 경험을 통해 효과적인 사냥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리라.

 

딱따구리는 한 종류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까막딱따구리도 있고 청딱이도 있고 쇠딱이도 있다고 말해주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늦게라도 새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내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사람들은 깨닫는 것이다.

물을 길어다 먹어야 하는 겨울이 다가오면 나는 빨래할 걱정부터 한다.

오딱이처럼 평생 빨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신비로운 옷은 어디 없을까?

 

---

 

새들은 우는 것도 경제적으로 운다.

새들이 가장 아름답게 울 때는 번식기를 앞둔 봄과 여름이다.

자기의 영토임을 만방에 알리고 암컷에게 노래 솜씨를 뽐내는데,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새들은 낮에,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새들은 밤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죽어라고 울어댄다.

 

새들이라고 모두 '나도 가수'는 아니다.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노래 솜씨가 없는 음치들은 노래를 잘하는 녀석 근처에 숨어 있다가

찾아오는 암컷 중 하나를 가로채기도 한단다.

결혼 후 음치라는 게 들통이 나겠지만 음치가 이혼의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번식기가 지나면 새들의 아름다운 울음소리는 사라지고 대화를 위해서나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정도로 줄어든다.

힘들여 노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외인 녀석들도 있다.

봄부터 우는 소쩍새는 9월에도 운다.

저러다가 목 터지겠다 싶게 밤새도록 줄기차게 운다.

녀서들도 '나가수'에 나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새들이 경제적, 비경제적, 효율적, 비효율적을 가리는 것은 경쟁사회에서의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다.

겉으로 보기엔 숲은 평화로운 녹색 세상이지만 실제 숲 속은 제각각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