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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화(老化)

by 정가네요 2012. 12. 26.

*

 

벌써 10년쯤 된 것 같네요.
점심시간에 근무처 바로 옆에 있는 은행에 볼일을 보러 갔더니
시력이 안 좋은 노인들을 배려하여 창구에 돋보기 3개를 놓아 뒀더군요.
무심코 그 중 가운데 있는 것을 들어 한번 써 보았는데
아 유인물의 글씨가 훨씬 또렷하게 잘 보이는 겁니다.

 

그 길로 바로 안과에 갔지요.
그랬더니 의사 선생님이 한 마디로 "노안(老眼)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의 그 절망감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까지도 시력은 무척 좋았거든요.
그 후 우리집에는 안방에도 돋보기, 거실에도 돋보기
가는 곳마다 돋보기가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초점안경을 쓰기 시작한 게 벌써 5년째입니다.
지금은 하루 종일 안경을 쓰고 다닙니다.  

 

얼마 전부터는
이상하게 귀에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들으면 쇠를 깎는 듯하고
또 어찌 들으면 매미가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다른 일에 열중하면 소리가 나는 줄을 모르다가도
저녁이 되어 잠자리에 누우면 소리가 또렷이 들리곤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늘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걱정을 하셨고
그러다가 치매란 놈이 찾아와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는데
내 귀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다니...

 

또 바로 병원에 가 봤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대수롭잖게 말씀하시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긴 한데 열흘 정도만 약을 먹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또 약을 열흘 더 먹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더군요.

 

걱정이 되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봤더니
귀에서 소리가 나는 이명(耳鳴)현상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라고 하네요.
치료하는 방법은 소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소리가 나는 것을 잊어버리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친구에게 걱정스레 얘기를 했더니
자네는 이제 그러냐고 하면서 자기는 벌써 10년도 넘었는데 여기저기 다 가 보고

서울까지 가 보았지만 아직 치료방법을 못 찾았다고 하더군요.

 

얼마 전에는 또 안과에 갔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무심히 깨끗한 벽을 쳐다보면
눈에 검불 같은 것이 후루루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하였는데
요 근래는 조금 작은 점이 또렷하게 하나 더 생긴 겁니다.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병원에 갔지요.

 

그랬는데 의사 선생님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사세요." 하는 거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안구의 노화현상으로 생기는 증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혹시 선생님도 그러시냐고 물었더니
"나는 검불 정도가 아니고 커다란 구름 덩어리가 왔다갔다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물론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농담이었겠지요.

 

눈앞에 검불이나 머리카락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을
의학용어로 '비문증(飛紋症)'이라고 하더군요.
질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라는 겁니다.

아직은 튼튼한 편이지만 어제는 치과에도 다녀왔습니다.

이래저래 내 몽의 장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네요.
한마디로 노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지요.

이제 새해가 되면 어느덧 내 나이 60,
아직 20년 정도는 건강하게 살아야 할 텐데...

그러나 어떤 병이든 완벽하게 고치려고 애면글면 애쓰기보다는
병과 더불이 함께 산다는 생각을 가지면 그것도 견딜 만하다고 하더군요.
인정할 건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겠지요.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나의 자유의지대로 살 수 있는 지금의 이 나이가 저는 딱 좋습니다.
다만 내 몸처럼 나의 생각도 함께 늙어가지 않기만 빌 뿐입니다.

 

하여튼 건강 관리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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