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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지기의 친구로부터
어머니께서 집안의 작은 텃밭 가운데 있는 치자나무가 거추장스럽다며
우리집으로 가져갔으면 하신다고 전화가 왔다.
자그마치 높이가 2m 정도나 되는 치자나무라고 한다.
세상에 이런 횡재가 어디 있나 싶어 바로 차를 몰고 갔다.
우리집에 한번 다녀가신 적이 있어 마당 넓은 집에 심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말씀을 꺼내놓고 행여나 마음이 바뀌시는 거나 아닐까 걱정했더니
오랫동안 키운 녀석이라 막상 남에게 주려니 서운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고 하신다.
적어도 20년 이상은 길러온 아주 큰 치자나무다.
채마밭의 채소에 그늘을 지운다고 가지를 끈으로 수시로 엮어 매어 나무가 키가 훤칠하게 자랐다.
간 김에 톱으로 두어 가지 다른 나무도 예쁘게 잘라드렸다.
대문을 나오며 고기라도 사 드시라고 봉투에 돈을 조금 넣어 드렸더니
그러면 정말 서운하다고 하시며 한사코 받지 않으려 하셨다.
커다란 나무를 옮겨 심느라 몇 시간 동안 고생은 많이 했지만 무척 기분이 좋다.
이 집에 이사오자마자 치자나무 묘목 50주를 심어 울타리를 만들려던 계획이
황악산의 차가운 눈바람 때문에 치자나무가 모두 얼어죽어
그 동안 마음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었는데 이렇게 큰 치자나무를
공짜로 얻게 되었으니 정말 꿈인가 싶다.
어디에 심을까 고민하다가 우리집에서 가장 따뜻한 큰방 바로 앞에 심기로 했다.
혹시 이녀석도 추위에 피해를 입을까 싶어서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쇠말뚝을 박고 끈으로 붙들어 매어 놓으니 나무의 위용이 대단하다.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치자가 달려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니
벌써부터 온집이 달콤한 치자향으로 가득할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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