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을 마치고 직원들끼리 1박 2일의 친목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특별할 거는 없지만 직원들끼리 그 동안 쉽게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고 1년을 되돌아보는 자리지요.
모처럼 멀리 거제도까지 가서 '거제도 포로 수용소'를 구경하고
저녁엔 노래방에서 회포를 풀고 그래도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찌꺼기들은 인적 드문 겨울바다에 다 쏟고 왔습니다.
이튿날 아침엔 외도와 해금강을 제외하고 흔히 못 가는 곳을 가 보자며 매물도행 유람선을 탔습니다.
작은 유람선으로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돌아오는 1시간 50분간의 뱃길 여행이라고 하더군요.
잔잔한 파도를 보며 멋진 유람이 될 거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구수하면서도 은근히 웃기는 선장의 입담에 모두들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파고가 갑자기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제도 섬 얘기를 들려주던 선장이 오로지 항해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앞으로 뒤로, 좌로 우로 배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멀미로 못 견디는 사람도 하나둘 생겼습니다.
걱정이 되신 교장샘은 몇 번이나 회항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그래도 무사히 소매물도까지 도착해 잔잔한 섬 가까이 배를 붙이고 사람들은 잠시 소매물도의 신비경에 푹 빠졌습니다.
소매물도를 한 바퀴 돌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섬의 반대편에는 파도가 높아 가 볼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배는 심하게 흔들려 속이 잔뜩 거북해지기 시작했지만 무사히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교회의 장로님인 김샘은 열심히 계속 기도했다고 하더군요.
구명조끼를 입고 몇 시간 바다에 떠다니는 모습까지 그려봤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재미있었다고 담담하게 얘기하는 간 큰 여샘도 있었지만 용궁까지 갔다가 돌아온 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예보에도 나오지 않아 선장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풍랑이라고 했습니다.
선장에게 물어봤더니 파고가 2.5~3m 정도였고 제일 높을 때는 3.5m 정도나 되었다고 했습니다.
선장은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훨씬 큰 크루즈급의 배로 안전하게 모실 테니 꼭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목숨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했던 뜻밖의 소매물도 유람여행이었습니다.
올해도 이제 내일밖에 남지 않았군요.
'정가네 동산'을 방문하시는 분들 한 해 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연말 마무리 잘 하시고 멋진 새해를 꿈꾸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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