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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꽃 이야기

제주수선화를 캐었습니다.

by 정가네요 2024. 6. 24.

 

♧ 

 

제주수선화 알뿌리를 캤습니다.

건강한 알뿌리 수십 개가 나왔습니다.

 

몇 년 전,

제주에 사시는 제주큰동산 님에게 부탁해서

제주수선화를 구해 두 군데로 나눠 심었습니다.

한 군데 녀석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죽고

더 따뜻한 곳에 심은 녀석들은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하다가

어느 해 딱 한번, 한 송이의 꽃을 피웠더랬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 보려고

알뿌리를 캐 봤더니 뜻밖에 아주 건강했습니다.

몇 해 동안이나 전혀 꽃이 피지 않아

아무래도 알뿌리가 시원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건강할 뿐만 아니라 개체수까지 많이 늘어 깜짝 놀랐습니다.

 

‘제주수선화’는 우리가 흔히 보는

수선화들과는 꽃의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꽃잎이 오글오글 모여 있는 모양으로

마냥 예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향기는 엄청 좋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수선화’를 무척 사랑했다고 합니다.

그는 54세였던 1840년부터 8년 동안이나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했지요.

 

그때 친구인 권돈인에게 쓴 편지에서 말하길...

 

“수선화는 과연 천하에 구경거리입니다.

이곳에는 촌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땅에도

수선화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화품(花品)이 대단히 커서 한 가지에 많게는 십여 송이에,

대개는 팔구 내지 오륙 송이에 이릅니다.

 

정월 그믐께부터 2월 초에 피어서 3월까지 이르러서는

산과 들, 밭둑 사이가 마치 흰 구름이 질펀하게 깔려 있는 듯,

흰 눈이 장대하게 쌓여 있는 듯합니다. (...중략...)

 

그런데 토착민들은 이것이 귀한 줄을 몰라서

소와 말에게 먹이고 또 짓밟아버리며,

호미로 파내어 버리는데 파내도 다시 나곤 하기 때문에

이것을 원수 보듯 하고 있으니

사물이 제 자리를 얻지 못함이 이와 같습니다."라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제주수선화를

마치 자신처럼 여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몇 해 전에 추사기념관에 가 본 적이 있는데

기념관 주변에 제주수선화를 심지 않고

요즘 수선화들을 잔뜩 심어 놓아서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향기 좋은 토종 제주수선화가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빨리 제대로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

수선화 알뿌리를 캐서 보관할 때는

뿌리 부분의 살집을 살짝 긁어내는 게 좋습니다.

얇은 종잇장처럼 쉽게 잘 떨어집니다.

살이 붙어 있으면 알뿌리가 잘 상한답니다.

 

막 캐 낸 모습

 

겉껍질을 벗겨낸 모습

 

요 밑부분을 칼로 살짝 ...

 

벗겨내면 이렇게 깨끗해진답니다.

 

깨끗하게 되었습니다.

 

두어 해 전에 딱 한번, 한 줄기만 피었던 제주수선화

 

달희 님이 찍어 오셨던 제주수선화

 

흔히 보는 금잔옥대 수선화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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