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만 없으면
시골로 귀촌할 만하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풀이 없으면 시골생활이 또 심심합니다.
풀 뽑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농사를 업으로 하는 분들이 들으면 욕하시겠지만
꽃을 가꾸는 일도 농사 못잖습니다.
그 중 제일 힘든 일이 풀과의 싸움입니다.
봄에 올라오는 꽃들의 새싹 사이사이에
돋아난 풀을 뽑는 일은 여간 조련치 않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이지만
중단할 수가 없습니다.
1년만 중단하면 그 다음 해엔 감당이 안 됩니다.
무조건 항복해야 합니다.
수선화와 튤립을 심은 곳의 풀을 뽑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가만히 보면 온통 풀입니다.
별꽃, 점나도나물, 제비꽃, 꽃마리, 민들레,
애기똥풀, 큰개불알풀, 돌나물...
종류도 많습니다.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봄풀을 일찍 뽑으면 운동이지만
조금만 늦게 대들면 힘든 노동이 됩니다.
예쁜 꽃을 보려면 풀을 뽑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