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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재미난 인생을 만들어 보려고
주제넘게도 종합사회복지관의 평생교육원에서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인데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거고... 오늘 있었던 일을 하나 얘기하려고 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차에 올라 수업 중 소리를 죽였던 핸드폰을 켜니
사위의 카톡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윤** : 장인 어른 바쁘십니까'
내 생일날 말고는 좀처럼 전화도 하지 않는 사위인데 카톡을 하다니...
그리고 바쁘냐고 묻다니?
그래서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사위 카톡이 해킹을 당해서 장모님에게도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다.
곧 이어 아내의 카톡이 들어왔습니다.
'사위 카톡이 해킹을 당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어요.
사위 카톡을 무시하세요.'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사연이 기니까 집에 와서 얘기하자고 합니다.
사연인즉...
아내에게도 '장모님 바쁘십니까' 하고 카톡문자가 들어왔고
회사에서 송금을 하다가 비밀번호를 잘못 만져 송금이 안 되니 돈을 좀 돌려줄 수 없냐고.
너무 급한 상황이고 전화로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6시만 되면 입금이 될 거라고 하더라나.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으니 '980'이라고만.
사위 카톡 사진에 늘 보던 귀여운 손자 사진까지 떡하니 떠 있어 전혀 의심을 안 했다고 합니다.
당장 농협에 가서 돈을 부쳤는데
정말 웃기는 건 숫자 980을 아내가 98로 읽어 98만 원을 계좌이체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더 웃기는 건 그 녀석이 계좌번호 끝자리를 잘못 찍어 보내 돈이 입금이 안 되어서
창구의 직원을 찾아갔는데 직원도 몇 번이나 실패하자
다시 계좌번호를 물어서 보내느라 이래저래 시간이 좀 걸렸다는 겁니다.
또 더 웃기는 건 '지금 은행에서 98만 원을 보낸다'고 했더니
그 녀석이 980만 원이라고 정정한 문자를 보내서
금방 보낸 돈 98만 원을 바로 송금 취소하였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980만 원이란 금액이 너무 크고
통장에 현금도 없어서 딸에게 확인전화를 했더니
똑똑한 딸이 '엄마, 왜 그래요? 그걸 믿어요? 말도 안 돼' 그러더라는 겁니다.
그랬는데 송금을 하고 금방 취소를 하니 송금을 받았던 대구은행에서 농협으로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불과 몇 분 전에 그 계좌가 보이스피싱 계좌라고 신고가 되어 등록이 되었는데
송금취소를 하니 이상해서 알려주려고 했다는 겁니다.
또 웃기는 것 한 가지 더.
980만 원을 보내라고 하였는데 제대로 잘 따라 하다가 갑자기 카톡이 툭 끊어지니
그 녀석이 딸에게도 카톡을 보냈다는 겁니다.
딸은 이미 엄마와 통화한 후라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바빠 자기야" / "바빠"
"뭐 하는데? 장모님 왜 말씀이 없으셔? / 몰라, 엄마 바쁜가? 나는 경찰서 가는 중이다. 이 새끼야!"
"잘 가시게"
카톡 문자를 받은 딸은 소름이 끼치더라고 했습니다.
여하튼 딸에게 꾸지람을 실컷 들은 아내는 저한테도 엄청 혼이 났습니다.
70대, 80대도 아니면서 어떻게 전화 한 번 하지 않고 카톡 문자만 보고 사위에게 돈을 보내려고 했냐고 말입니다.
잔소리를 하면서도 가족의 끈끈함을 이용하는 무서운 세상에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이차저차 여차저차하여 오늘 아내는 돈 98만 원을 벌었습니다.
저녁에 맛있는 거나 사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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