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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제자의 편지

by 정가네요 2014. 2. 4.

 

*

3년 전,

김천생명과학고에서 가르친 제자한테서 편지가 왔습니다.

내가 담임을 한 적도 없이 국어수업만 했고

특별히 조언을 해 준 것도 없던 학생인데

현직에서 은퇴한 저에게 오늘

가슴 뭉클한 편지를 보내왔기에 여기에 올려둡니다.

굉장히 성실하고 착한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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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영 선생님께

 

선생님, 건강하신지요?

김천생명과학고 졸업생 나**입니다.

선생님의 국어수업이 그립습니다.

정가네동산 블로그를 방문하고 선생님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풀과 꽃, 나무, 새, 나비, 곤충들의 이야기와 우리말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기쁩니다.

선생님의 꿈은 언제나 진행중이시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정가네동산을 사랑할 수 있도록 힘써주세요.

행복을 기원합니다.

 

저는 경산에 위치한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학년을 수료하고

군입대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꿈을 만들어서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우리말을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실패도 하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김천역 앞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상가 앞에서 여든이 넘어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나물을 팔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사이렌 소리가 퍼지면서 낯선 차량이 오더군요.

알고 보니 시청에서 불법 노점상을 단속하는 차량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팔고 있던 나물을 보따리에 싸고 황급히 도망을 가시더군요.

지팡이에 의존한 걸음.

"한 번만 더 장사하면 팔던 물건들 몰수합니다."

라며 말하는 단속원.

시장에서 불이익을 얻을까 봐, 자릿세를 걷어갈까 봐

거리에서 불법 노점을 할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베풂은 없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느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서러움을 느꼈습니다.

있는 사람들에게 두 눈을 부릅뜨고,

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는 아나운서가 되기를 다짐했습니다.

못 사는 사람은 대를 이어서까지 못 사는 현실에 분노합니다.

왜 가난한지 사회구조에 대해 물어보면 비난받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바른 소리는 내기가 어렵습니다.

언젠간 제가 꼭 바꾸고 싶습니다.

정의와 평등, 공정한 세상이 올 것입니다.

 

저는 말하기를 싫어했었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싫어하던 일들을 사랑합니다.

제가 오늘까지 온 건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정윤영 선생님께서 저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존경하는 스승의 수가 성공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훗날 아나운서가 되어 정가네동산 지기이신 선생님을

스튜디오에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정가네동산도 영원히 아름답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4년 1월 28일.

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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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지로  「그때 그 선생님의 격려 한 마디」란 제목에

제자의 사진이 붙은 글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때 그 선생님의 격려 한 마디」

 

한 사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마디의 격려가 아닐까.

어릴 적 부모님의 따스한 한 마디,

선생님의 신뢰어린 격려 한 마디로

인생의 좌표를 굳게 설정한 위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비록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작은 물결이 모여 큰 물결이 되고,

그 힘은 일찍이 꿈꾸지도 못했던

거대한 제방을 허물어뜨린다.

-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 중에서

 

오늘의 제가 있는 건 정윤영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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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바라는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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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프랑스에 계신 래리삐 님이 우리 외손녀 돌이라고 보내주신 예쁜 옷입니다.

래 님,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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