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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들어오던 해인 2007년 가을에
시장에서 1m쯤 되는 은목서 한 그루를 사서 심었습니다.
이사와 처음으로 심은 나무였습니다.
추위에 약한 녀석이라 제대로 잘 자라 꽃을 피워줄지 내심 걱정했지만
뜻밖에 이듬해에 바로 하얗게 꽃을 피우고
진한 향기를 뿜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3년 뒤인 2010년 겨울,
혹독한 추위에 그만 2/3 정도나 얼어죽고 말아 수세가 형편없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연히 꽃도 피우지 못했지요.
정말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나니
다시 조금 모양이 갖취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위를 몹시 타는 녀석이라 조금이라도 바람을 덜 맞게
다른 나무 사이에 자리잡게 했던 까닭에
다른 사람 눈에는 쉽게 띄지 않아
지난 달 말에 누구나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옮겨 심고 전지도 해 주었습니다.
그랬는데 오늘,
어디선가 갑자기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가 나서
저는 대번에 은목서 향기인 줄 알았습니다.
아, 역시 은목서였습니다.
가지 사이에 자잘한 꽃들이 벌써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은목서의 향기를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향기가 나기에 저렇게 말을 할까 하고 몹시 궁금해 하실 겁니다.
정말로 환장할 만큼 달콤한 향기가 납니다.
그 어떤 것에 비길 수 없는 향기지요.
콩보다 작은 꽃에서
어찌 온 집을 다 덮을 만큼 강렬한 향기가 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
은목서(목서)는
남부지방에서 관상수로 심는
'물푸레나무과'의 늘푸른작은키나무입니다.
높이 6m 정도까지 자라며,
긴타원형의 잎은 마주나고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거나 밋밋합니다.
잎의 길이는 10cm 정도이며, 잎맥이 도드라져 있습니다.
암수딴그루인 2가화二家花이며,
10월초에 자잘한 흰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모여 달리는데
1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향기를 내뿜습니다.
타원형의 열매는
다음해 5월에 검은색으로 익습니다.
중국에서는 우리와 달리
은목서를 비롯한 목서류를 총칭하여 계수나무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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