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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선 집집마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리집 지하수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 새로 우물을 팠습니다.
그랬는데 그게 물이 나오다가 안 나오고, 나오다가 안 나오고 하여 전문가가 여러 번 손을 봤습니다.
8월말에 탈이 났으니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아래 텃밭의 지하수를 끌어쓸 수 없었더라면, 어휴......
어제서야 비로소 붉은 흙탕물이 나오지 않고 물이 맑아진 듯하여 겨우 집안으로 연결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물이 처음 나올 때는 세숫대야에
보드라운 명개흙(흙앙금)이 많이 쌓입니다.
최소한 10분은 틀어놓아야 목욕물로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더욱 맑아질 때까지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쓸 수밖에 없습니다.
고인 물 속의 명개흙이 완전히 빠져나올 때까지
1시간쯤 쉬었다가 30분 정도 틀어 놓고,
또 1시간쯤 지나 30분쯤 틀어 놓기를 하루 종일 쉼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들 '퇴직하니 편하냐'고 물어 보는데
퇴직 후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쉬어보지를 못했습니다. ㅜㅠ...
그러는 사이에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네요.
정가네동산의 요즘 모습입니다.
이 녀석을 새로 하나 박느라 고생을 무지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호스를 연못으로 연결하여 물을 퍼내었습니다.
비로소 맑은 물이 나옵니다.
세숫대야 속에 명개흙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 보이지요?
작은 연못 속에 참개구리 식구가 적어도 10마리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끔 뱀도 나오고요.
가을 모습이 완연하지요?
부추를 모두 잘랐더니 사흘만에 다시 저만큼 자랐습니다. 옆에는 청상추, 적상추, 당파와 조선배추 씨앗을 뿌려 놓았습니다.
배추와 무가 다행히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비싼 고춧값 대신에 무, 배추라도 싸야지 김장을 담그지요.
아침마다 배추벌레와 달팽이를 잡아준답니다.
고구마도 그런대로 잘 자랐습니다. 다행히 고라니가 조금밖에 안 건드렸어요. 일부는 이번 주에 캐 볼 작정입니다.
땅콩밭엔 바랭이가 가득입니다. 한번 더 김을 매주었어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 조카들이 손자들을 데리고 와서 캘 겁니다.
토란도 곧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캐 내어야 할 것 같아요.
여름 내내 동산을 향기롭게 했던 옥잠화도 다 이울고 말았습니다.
우리 부부가 가끔 올라가 차를 마시는 위 텃밭의 평상입니다. 보기는 그렇지만 알루미늄 앵글로 조립한 것이라 가벼워 좋습니다.
아그배나무 아래의 평상에 앉아 바라본 정가네동산의 전경입니다.
멀리 직지사가 있는 황악산이 보이고 그 앞에는 덕대산이 길게 누었습니다. 요즘 해가 저쪽으로 지는데 풍경이 제법 그럴싸합니다.
지인이 인사동에 가서 샀다며 예쁜 풍경을 하나 가져다주었어요. 바람이 불면 "댕강 댕강" 아주 아름다운 소리가 납니다.
풍경소리 덕분에 마음 속에 한결 더 여유가 생긴 듯합니다.
우리집에 식구가 늘었습니다. 연못 속의 참개구리와는 다른 종족이지요.
바로 이녀석입니다. 내쫓으면 들어오고 멀리 던져도 또 들어와 있고 하여 할 수 없이 이제 같이 삽니다. 대신에 먹이는 주지 않습니다.^^
매일 우편물을 넣고 가시는 우체부 아저씨도 한번씩 웃으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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