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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백두산에 오르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지만 이미 바깥은 대낮같이 훤했습니다.
중국의 시각이 우리보다 한 시간 늦으니 훤할 때도 되었지만 채 4시도 되지 않아 해가 뜨는 것 같았습니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백두산 북파(北坡.북쪽언덕)의 산문으로 향했습니다.
이도백하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가엔 하얀 수피의 자작나무가 가득하여 이국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주차장엔 이미 관광버스로 가득했습니다.
매표소를 향해 무더기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무슨 시위꾼을 방불케 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천문봉과 장백폭포로 갈라지는 입구까지 가서 장사진을 이룬 입장객 사이에 섰는데
행여나 일행을 놓칠까 봐 모두를 앞 사람 뒤에 바싹 붙어 섰습니다.
다시 7인승 SUV와 21인승 소형버스 2종류의 차에 각각 올라탔습니다.
백두산의 기사들은 빠르게 달리면서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는 엄청난 곡예운전을 하였습니다.
‘내 인생에 절대로 브레이크를 밟는 일은 없다’고 작심을 한 듯 차를 몰았습니다.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사람들은 마구 소리를 질러대었습니다.
고급의 외제차인 메르세데스 벤처의 성능이 놀랍기만 했습니다.
백두산에 오르는 입장료와 차비는 모두 합치면 265위안으로
중국돈 1위안이 우리돈 180원 정도이니 자그마치 5만 원이나 되었습니다.
곧 바로 백두산 천지에 이르렀습니다.
청명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다행히 백두산 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옅은 햇빛 속으로 연무에 가려졌다 나타났다 하는 비취빛 천지의 모습은 신비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카메라의 셔터를 마구 눌렀습니다.
천문봉의 왼쪽은 북녘땅으로 노인 한 분이 우산을 쓰고서 넘어서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었습니다.
민족의 분단을 또 한번 실감할 수 있는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바퀴가 빠져 수리하는 차가 보였습니다.
내 속으로 그러면 그렇지 그렇게 험하게 운전하니 바퀴가 성할 리가 없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장백폭포로 갑니다.
여기도 그야말로 인산인해였습니다.
입구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폭포의 모습은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게 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본 폭포의 모습은 정말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높이 60미터의 폭포는 장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달문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어 차가운 천지 물에 손을 담그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소천지로 향했습니다.
주위의 사스래나무가 호수의 물에 비친 반영이 아름다워 중국 이름으로는 은환호(銀環湖)인 소천지는
규모는 작지만 몹시 아름다운 호수인데 물이 말라 아쉽게도 그리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백두산 천지와 반대로 들어오는 물길은 있지만 나가는 물길이 없어 신비롭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들어오는 물이 적었던가 봅니다.
이제 다시 소천지 가까이 있는 녹연담(綠淵淡)으로 걸어갔습니다.
녹연담은 이름 그대로 푸른 연못입니다.
사스래나무 사이로 두 줄기 폭포가 쏟아지고 절벽 아래의 연못에는 산천어들이 한가로이 놀고 있어
아주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 주어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 풍경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 지하삼림으로 갑니다.
지하삼림은 화산활동의 결과 땅이 깊숙히 꺼진 곳으로 나무 계단으로 된 산책로가 잘 닦여 있었습니다.
6km 정도 되는 코스에는 울창한 숲 속에 고목과 들꽃들이 가득하여 숲을 즐기기 딱 좋은 곳이었으나
아쉽게도 다 돌아나올 때까지 줄곧 비가 내려 그 아름다움을 맘껏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백두산에서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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